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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이병선 화백을 알고 지내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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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선 화백을 알고 지내서 참 다행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읽게 해준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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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의 대상을 사물의 세계에서 생명의 세계로 불러내는 마법적 안내자” 

 ‘화가의 정신’을 정의한 임동확 시인의 표현이다. 

이병선 화가는 필자를 어스틴의 자택으로 딱 한번 초대했던, 오래 알고있는 수채화가이며 그게 벌써 9년 전의 일이다. 그때 그녀의 반 지하 작업실 벽을 꽉 채운 그림을 보면서 필자는 그녀의 심상을 훤히 들여다 본 듯했다. 바로 임동확 시인의 말대로 '시와 그림이 같이 공존'하는 그림의 바탕을 나는 거기서 보았기 때문이다.

7년 이상을 만나지 못하고 지내다가 수채화반 동호회를 지도하는 그림선생으로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됐다. 한달에 사 나흘씩을 동산교회 친교실을 빌려 수채화 동호인들과 만나오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9년 전의 어스틴 언덕배기 초록 우거진 집에서 본 것과는 다른 모습으로 내 눈에 들어왔다.

못보고 지내는 동안, 그렇게 동호인들을 같은 취미로 함께 즐기게 지켜주고, 그 일이 회원들의 삶에 활력이 되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그런 결과에 이병선 화백이 행복해졌다면, 내가 알고 지내는 사람의 그런 변화는 반가운 일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7년 만에 필자가 보고싶었던 것은 바로 이병선 화백의 작업실, 바로 9년 전 옅은 갈색과 노란색으로 덮인 산이 보였던, 힐끗힐끗 발그스름함이 깃든 하늘이 보였던 그녀의 작업실이었을 것이다. 

구김 조차도 맑았던 파란색 꽃잎이며,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산새들 사이의 귀뚜라미 한 마리, 계절의 정취를 한결 무르익게 해줬던 초가집 풍경 등, 그렇게도 많이 완성되었거나 아직 완성되지 않았던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 나를 사로잡았던 그 때의 그리운 그림들었을 것이다.

나는 이병선 화백의 아직 다 보지못한 그림을 상상하면서 빛과 색채의 화가가 그리는 그림을 언제고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소망은 잊지 않았다. 9년 전 그 이후로 그녀는 내게 빛과 색체의 세계로 인도하는 열의를 멈추지 않았다.

전문가 수준은 당연히 못 돼도, 그림을 제대로 보는 눈을 뜨게 해준 그녀의 배려로 전시장에서 오래 머무는 법부터, 좋은 그림을 구매하는 방법에, 휴스턴 미술관이 세상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로 군림하는 공간인 지 까지, 미술 세계가 인류에 끼치는 온갖 과정과, 영향, 철학까지를 깨우쳐가게 인도해 주었던 사람이 바로 이병선 화가였다. 

한 달에 한두번 정도는 전시장을 둘러보는 버릇을 갖게 해 준 그녀의 선물같은 권유가 있었기에, 나는 지금 나이에도 가을만 되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읽으면서 하염없는 눈물을 쏟는 연례행사를 치르고 있는 것이지도 모른다.  

그녀가 화선지에 쏟아 부었던 빛과 색체를 딱 한 번 곁에서 지켜보고 9년을 지나치면서 다시는 그녀 자신의 그림을 마주한 적이 없다. 그녀가 가르켜 준 그녀의웹사이트 상의 화집에서는 도저히 이번 가을이 그 때처럼 가을로 다가서지지가 않는다.

거실 너머로 보이는 너른 개울가에 나타난 두 마리의 노루가 반겨주었던 어스틴 그녀의 자택에서 보았던 가을 풍경을 휴대폰 작은 창을 아무리 손가락으로 넓혀 펼쳐봐도 가을 그림자에 스민 빛과 사과나무 아래 보랏빛 잔영까지는 살려내지를 못한다.

그런데 며칠전 나는 그녀의 지도를 받고 완성해가는 한 동호회원의 그림에서 9년 전 그녀의 작업실에서 느꼈던 감흥 하나를 불러낼 수가 있었다. 가을 한자락을 담아낸 화선지에 단풍의 머뭇거림이 어쩌면 이병선 화백의 그것과 딱 닮아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 그때 노루 한쌍이 뛰놀던 창밖의 풍경과 마주하고 걸려있던 가을 한자락을 담은 그녀의 그림이 정말 동호인이 표현한 모습그대로 처연하면서도 찬란했었다.

그녀는 그렇게 세밀한 붓질을 동호회원들에게 가르치며 자신만의 미술세계를 타인의 손으로 완성시키는 보람을 구가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꼭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꼬박 작업실에 묻혀 지내는 지루함에서 탈피해 한 달에 세 네 번씩 동호인들이 모이는 작업실을 향하며 굵고 흐드러지게 칠한 윤곽선을 어떻게 바로잡아야 하는 지를 상상하며 운전대를 잡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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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남았다. 이병선 화백의  지도로 벌써 열 네번째 전시를 갖는 수채화 동호인들의 작품 전시회다. 보리 겔레리에서의 이번 전시회는 일상의 굴레에서 잠시 벗어나고자 하는 필자에게 눈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즐기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만 같다.  14명의 작품 저마다의 수채화 그림 안에는 숨겨진 듯 깃들어 있는 노란색과 밝은 주황색으로 표현된 단풍에서 이병선 화백이 표현했던 그녀만의 빛이 슬며시 새어나올 것만 같다.

문득 이런 생각에도 머문다. 이병선 화백을 알고 지내서 참 다행이라고. -코리아월드 교차로 기자 임용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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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ARDS & EXHIBITIONS

o BORI Gallery, Houston

o Bass Concert Hall, Austin 

o Visual Arts Alliance (juried exhibition), People’s Choice, Houston

o BP Tower Exhibition, Houston

o Mayor Bill White’s Proclamation of Byoung Sun Lee Day, Houston

o St. Germain Watercolor Workshop, Paris

o Rendezvous Gallery, Scotland

o Morningside Art, Houston

o Asia Pacific Cultural Exhib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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