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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 좌담] 두 문화전령사가 전하는 ‘한국문화의 잠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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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 좌담] 두 문화전령사가 전하는 ‘한국문화의 잠재력’

“문화강국으로서의 자리매김은 '관심'이 우선”


추석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고국같으면 국가가 지정한 임시공휴일까지 합쳐 6일간의 긴 연휴 기간을 어떤 플랜을 짜서 즐길까 벌써부터 마음이 들 떠있을 시간이다. 

폭염이 아직 그칠 줄을 모르는 이곳에서는 먼나라 얘기일수도 있겠지만, 가을의 풍성함을 상상하며 마음속으로나마 오곡백과가 익는 정취를 가져보는 것도 손해볼 일은 아닐 것이다. 오곡백과의 풍성함은 저 만치의 꿈일지라도, 이 가을! 문화의 향취'에 젖어드는 계절을 맞이해 문화예술 분야에서 제 몫을 하고 있는 사람과 만나 다양한 문화예술의 세계로 한발짝 다가서 보는 것도 마음의 살을 찌우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김경선 휴스턴 한인문화원장과 휴스턴 미술관(이하 MFAH)의 박수민 아시아관 어시스턴트 큐레이터(Curation Assistant)가 모처럼 만나 평소 서로에게 궁금하기도 했었을 문화 전반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편집자 주>


9월 8일(금) 오후 1시/ 장소 미술관이 있는 식당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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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 처음 뵙니다만, 지면으로 몇번 접하게 돼서 그런지 알고 지내온 예술인이란 생각이 들어요.


박 ; 원장님을 꼭 뵙고싶었는데, 늦게나마 만나보게 돼서 반갑습니다.


김 ; 미술관 생활은 어떠세요? 이제 많이 적응이 됐죠?


박 ; 이전부터 해왔던 일이라 금방 익숙해지기는 했는데, 휴스턴 미술관(Museum of Fine Arts, Houston)에 한국실이 있다는 사 실이 저에게 자부심을 주었고, 휴스턴 한인사회의 자랑이기도 해서 뿌듯한 마음으로 적응기간을 마쳤다고 생각합니다.


김 ; 박수민 큐레이터를 아직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MFAH에서 주로 맡고 계신 일, 그리고 MFAH에 관해 대략적인 설명을 들었으면 하는데요?


박 ; 아시아 미술부서에서 전시 기획하고 컬렉션 관리와 개발을 담당하고 있어요. 아시다시피 MFAH의 컬렉션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고대부터 현대 미술까지 다양한 시대와 예술 형태를 아우르고 있고, 유럽과 미국 미술 뿐만 아니라 라틴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 이슬람 예술 등에 중점을 두고 있지요. 

또한, 휴스턴의 문화 다양성을 고려하면서 다양한 문화에서 나온 작품들을 전시하여 이 다양성을 대표하는 역할을 합니다. 게리 틴테로(Gary Tinterow) 관장님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큐레이터 배경이 큰 장점이고, MFAH의 전시는 관장님의 엄격한 감수를 거쳐 공개되기 때문에 섬세한 기획과 연출이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 ; 한국실 얘기를 말씀하셨는데,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을까요?


박 ; 작년 함께 일하는 브레들리 베일리 박사님께서 휴스턴 미술관이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으로부터 그랜트를 받는 큰 역할을 하셨습니다. 이로 인해 한국관의 리모델링은 물론이고 다양한 코리안 아트 프로그램이 전시무대에 오를 것을 예고했죠.

 

김 ; 브레들리 박사는 한인 문화예술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매우 친숙한 한국통인 걸로 알고 있어요. 최종적으로 50만 불의 그랜트가 확정됐다는 소식을 언론매체로 들었는데, 그 자금이 코리안 아트 프로그램 전시로 이어지는 것이겠군요?

 

박 ; 네, 몇달 전부터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독일 전시관 설치 전문회사가 유리 케이스 제작을 하고 있어요, 물론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으로부터 대여해 올 작품을 담기 위한 것이지요. 그 케이스가 완성되가는 시점에 다다르고 나서야 전시 날짜도 확정될 거 같아요. 대략 내년 2~3월 쯤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김 ; 조선시대 작품들이 주를 이루겠죠? 작품 컨셉은 어떻게, 미리 알 수 있을까요? 

 

박 ; 컨셉은 '조선의 선비들(Joseon Scholars')로 정해졌어요. 조선의 선비 정신을 대표하는 연적, 벼루 등 서예 도구들과 수려한 산수화가 담긴 병풍 등이 포함될 예정이예요.

참고로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해부터 해외 68개 한국실 사업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이관됐어요. 이에 따라 과거 전시품 지원 사업에 국한됐던 것을 한국실 개선, 전담 인력 고용, 전시 지원까지 확대하게 됐죠.  MFAH 한국실 레노베이션 역시 이런 좋은 분위기 속에서 가능했던 것이고, 이러한 호조건 속에서 휴스턴 박물관의 전시품 교체 계획에서 한국실 전시 개편에 크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이지요.


김 ;  한국관 리모델링이 끝나면 한인들이 많이 관람할 수 있도록 한인문화원 차원에서 홍보와 안내를 할 생각이에요. 박수민 큐레이터님께서 저희 문화원의 강좌를 통해서 소개하는 방법도 좋은 기회가 될텐데, 고려해보시지 않겠어요?


박 ; 글쎄,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닌데, 원장님께서 직접 부탁하시니까 긍정적으로 고려해 볼께요.


김 ; 한국관 전시안내 뿐만 아니라 세계 굴지의 휴스턴 미술관을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박 ; 문화 예술에 관심있는 한인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강좌를 열어보도록 깊게 고민해볼께요. 한인분들이 휴스턴 미술관에 방문하시면 별도의 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전시를 직접 소개해드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김 ; 굿 아이디어죠. 휴스턴 미술관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한인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예요. 한인사회 미술애호가들에게도 주류 미술계의 작가들과 소통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이 되어줄 거라 믿어요.


박 ; 내년 조선의 선비들 전시에 오프닝 행사로 문화원장님께서 도움을 주실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물론 전시 관계자들과 실무직원들의 수락이 전제 되어야 하겠지만, 여건이 허락되면 도움을 주실 수 있을까요?


김 ; 오프닝 한복 패션쇼가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결정해 주시면 성심껏 준비하겠습니다. 휴스턴 한인문화원은 한복의 유래와 변천사, 종류, 착용 방법 등을 프리젠테이션과 영상으로 자주 소개했고, 여러 지역행사에서도 전통 한복 패션쇼를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으로 많이 선을 보였었죠. 한류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었던 궁중한복의 화려한 착용이 한국 전통민속의 배경 음악에 맞춰 오프닝행사에서 시연되기를 기대해 볼게요.


박 ; 한복은 어떤 경로로 구입을 하시나요?


김 ; 기존에 제가 소장한 것도 있고, 전 한인회장이셨던 헬렌장 님의 인맥을 활용한 권유로 도네이션의 협찬을 받기도 하고, 간간히 특별이벤트를 활용해 궁중 의상을 비롯한 갖가지 한복을 구입하게 됐죠. 한복이 충분히 갖춰지다 보니 한복의상을 통해 아름다운 한국문화를 알리는 기회가 많아지고, 최근엔 라스베가스에서 열렸던 미주총연행사와 한미동맹 70주년 기념행사에서 성대하게 한복패션쇼를 치루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죠.  


문화강국의 면모 제대로 보여줘야 


박 ; 한인문화원에서 실시하는 프로그램이 내실에 충실하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어요. 앞으로 계획에 있는 이벤트나 프로그램을 알고싶어요.


김 ; 우선 휴스턴 한인문화원이 하는 역할부터 말씀드리죠. 한인들의 문화생활 공간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게 기본 역할입니다. 좀 더 그 역할의 범위를 확대하면 그간 강대국 사이에서 저평가되어왔던 한국의 자랑스러운 문화를 주류사회에 널리 이해시켜 한국문화가 갖는 문화강국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겠죠. 


박 ; 팬데믹이 문화원 문화강좌를 주춤하게 했을 것으로 짐작이 가는데요? 미술과 관련된 수업도 있었나요?


김 ; 팬데믹 전에 미술역사 수업을 진행했던 선생님 한 분이 계셨었죠. 팬데믹이 잠잠해지고 다시 미술강좌를 맡고 싶어하는 분들이 계셔요. 박수민 큐레이터님의 전문적인 미술 교양수업과 함께 미술분야의 프로그램이 강성해지는 한인문화원이 기대가 됩니다.


박 ; 한인, 또는 현지인들을 대상의 우리의 문화를 소개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요. 한인문화원은 무엇이 가장 선행되어야 하는 점이라고 생각하나요?


김 ; 아무래도 '관심'이 우선이죠. 한 개인이, 한 단체가 잘해서 문화강국으로서의 자리매김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잖아요. 한국정부의 도움도 필요하고, 미주의 여러 단체들이 한마음으로 보여주는 '관심'에서 비롯된다고 봐요. 

문화원 수업도 얘기 안할 수가 없네요. 문화원 강사분들의 초빙은 거의 재능기부에 의존하고 있어요. 수강생들의 수강료 부담도 있어서 강사비를 넉넉히 못 드리는 점이 가장 미안한 점이죠. 성공적인 프로그램을 유도해내기 위해서 논 프라핏(Non-Profit)단체가 혜택을 볼 수 있는 Federal Funding을 받아내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봐요. 

 

박 ;  아무래도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강좌를 관리하기 위한 정부지원금이 필요하시겠어요.


김 ; 예전에 한국교육원의 요청으로 여러차례 콜라보레이션을 펼쳐 본 경험이 있어요. 콜라보는 한쪽의 노력으로만 이뤄질수 없는 일이지요. 휴스턴 총영사관의 문화담당 영사님이 도와주신다면 더 많은 시민들, 더 많은 단체가 협력하는 파급력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박 ; 문화예술 업무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 한인문화원이 한인사회에 잘 정착했으면 좋겠어요. 이 참에 한인문화원을 한인사회에 우뚝 서게할 원장님의 견해와 방안을 듣고 싶네요.


김 ; 한인문화원을 측면 지원할 수 있는 기관이나 단체하고 네트워킹 협력을 추구하는 일이 가장 시급해요. 연중 연례행사를 비롯해 불현듯 생기는 각종 행사에 대비해 그때그때 네트워킹을 통한 협력이 이뤄져서 좋은 프로그램이 빛을 발휘했으면 좋겠어요.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 그리고 재정적인 뒷받침, 이 최소한의 두가지 요소가 한인문화원을 형성해나가는 밑거름이라고 봐요. 

한인문화원 자체에서도 나름 Federal Grant를 받가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어요. 가깝게 중국 커뮤니티(Houston Chinese Community Center)만 봐도 정부로부터 받는 그랜트로 매우 효과적이고 성대한 문화프로그램을 눈부시게 진행하고 있어요. 서류 보완 등을 강화시켜서 한인문화원이 그랜드편드를 받도록 전념하는 일이 시급한 숙제로 당면해 있어요.

잠깐 말씀하시다 말았는데 다시 한국관 전시 얘기를 듣고 싶네요. 한국에 머무는 동안 나름 조선 전통문화를 알리는 큰 행사의 전시에 한인문화원이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에서 국립박물관 견학도 하고 한국의 역사에 대한 공부도 관련 책이나 유튜브를 통해 습득했어요. 전시를 좀더 효과적으로 받아들이는 키워드가 있을텐데요? 


박 ; 핵심 키워드는 조선의 선비들의 성품과 학문이라고 좀 전에 말씀드렸지요. 작품 캡션을 국문과 영문을 함께 제공해 한인 동포들이 좀더 편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김 ; 한국관 전시가  현지 갤러리 들에게, 그리고 한인 관객, 특히 차세대 동포들에게 어떻게 어필이 되기를 바라시나요?  


박 ; 옛 선비들의 품격과 청렴한 정신이 휴스턴 커뮤니티에 닿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많은 관람객들의 방문으로 미술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활발한 참여가 한국 미술을 현지사회에 풍부하게 알리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돼요.

  

김 ; 한국인 동포들의 미술활동에도 관심이 많으시죠? 한인화백들이 미술작업을 하시거나 전시하시는 모습을 볼 기회는 있었나요? 


박 ; 미술관에 집중하느라 휴스턴에서 활동 중인 한국 작가들의 전시를 둘러볼 짬이 없었어요. 그렇지만 미술관에서 만날 기회를 늘 엿보고 있었고 한인 미술 작가들과 함께 대화하고 싶은 생각은 항상 갖고 있었지요. 한국 미술의 긍정적인 동향을 계속해서 응원할 것이고 특히 국제 무대에서 한국 작가들이 더욱 빛나는 기회를 갖기를 기대해요.

미술관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한국인 작가들이 참여해주시고, 한국 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인도,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 미술 전체에 관심을 기울여주시면 좋겠어요. 


김 ; 좋은 말씀입니다. 휴스턴미술관을 잘 활용하자는 큐레이터님의 생각대로 한인회관이나 한인문화원이 동포시민들의 문화 및 취미생활이 제대로 펼쳐질수 있는 장소로 각광을 받길 바래요. 강좌나 동호회 모임이나 누구든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그런 공간 말이죠. 오늘 박수민 큐레이터님과 나눈 모든 말씀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많은 한인들에게 크게 어필이 됐을 거라고 봐요.


박 ; 저 역시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무엇보다 문화원에서 주최하는 크고 작은 모든 행사를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한 것이 큰 성과였다고 봐요. 


김 ;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각자가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는 것, 그것이 홍보이든, 참여이든, 봉사이든, 자선이든, 그것이 바로 모국인 우리 대한민국과 미주 한인사회의 밝은 미래를 열어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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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민 휴스턴미술관 아시아관 큐레이터


 "내년의 한국관 전시, 조선의 선비를 상징하는 서예 도구들과

  수려한 산수화가 담긴 병풍 등이 포함 돼”  박수민


 “한국관 리모델링이 끝나면 동포들이 많이 관람할 수 있도록

  한인문화원 차원에서 홍보와 안내를 이어갈 생각” 김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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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김경선 한인문화원장과 박수민 큐레이터는 “현지사회에서의 우리문화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선, 한국정부의 지원과 함께 미주 여러 단체들이 한마음으로 보여주는 '관심'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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