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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교육 입는 예술품이자 영국다움의 상징인 버버리 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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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마지막회>


<영국하면 떠올리는 것은 의회 민주주의와 스카치 위스키, 그리고 버버리 코트>라는 말이 있다. 이 브랜드의 창시자인 토마스 버버리(1835-1926)가 한 말이기 때문에 에이, 뭘, 그렇게까지야… 하면서 안 믿어도 그만. 

하지만 왕실부터 동네 아줌마, 아이들까지, 아니 애완견까지 즐겨 입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버버리는 ‘영국다움’의 상징이자 영국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다. 


중세의 수도사들은 양털과 무명을 촘촘하게 엮은 능직으로 망토를 만들어 먼 길 순례 떠날 때 입었다. 능직은 원단을 짤 때  날실이나 씨실이 연속해서 두 올 또는 그 이상의 올들이 위 아래로 교차되게 짜서 비스듬한 능선 무늬를 만드는 직조방법이다.  이렇게 짜면 마찰에는 약하지만 두툼하면서도 부드럽고 신축성이 있어 구김살이 덜 생기며 더러움도 덜 타는 양질의 원단이 된다. 


영국의 농부나 양치기들이 입는 스목(Smock)이라는 작업복은 바로 이 직조방법을 이용한 것이다. 이 작업복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할 뿐 아니라 방수성도 뛰어나 영국 특유의 습한 날씨를 잘 견디게 했다. 헴프셔 지방에 자그마한 포목상을 경영하던 스므한살의 토머스 버버리는 주변의 농부와 양치기들이 걸치고 있는 이 작업복에 주목했다. 그래서 최상급의 이집트 면을 들여와 원단을 짜기 전에 두 번에 걸친 방수 처리 기술을 개발했다. 그런 후 능직으로 원단을 짜 개버딘 (Gabardine)이란 이름으로 등록했다. 


개버딘은 기존의 고무 재질의 비옷에 비해 방수와 통풍 효과가 뛰어났고 질기고 무엇보다도 가볍기 때문에 야외 활동에 탁월했다. 그래서 우비뿐 아니라 스키복, 승마복, 여성용 모자, 망토 등이 인기리에 판매되고 야외용 텐트까지 만들면서 원단을 해외로 수출하기까지. 사업이 번창하자 런던의 헤이마켓(Haymarket)에T. Burberry & Sons 라는 간판을 걸고 공장은 랭커스터 지방에 설립했다.   가볍고 방수와 보온 효과가 뛰어난 개버딘은 군복에 적합했다. 1899년부터 1902년까지 3년 간 이어진 Boer War 때 육군과 해병대에 납품했다.  그 후에 이어진 제 1차 세계 대전. 그 전쟁의 특징은 참호(trench)전이다.  


좁고 길다란 웅덩이, 참호는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아군과 적군이 대치하고 있으며 그 사이의  땅을 무인지대(No Man Land)라 부른다. 거기서 얼쩡거렸다가는 적의 표적이 되기 때문에 사람뿐 아니라 들풀조차도 자라지 않는 삭막한 사각지대. 그러니 그 참호 내부는 상상을 초월하는 불결한 위생 상태였다고 한다. 우선 지붕이 없기 때문에 비만 오면 진흙바닥에 물이 고이기 일쑤이고 오물과 미처 처리되지 않은  동료의 시체 썪는 냄새가 진동했다고. 그래서 이런 풍부한 먹거리 덕에 고양이 만큼 자란 들쥐떼가 들끓었다고. 그래서 1차 대전의 참호는 인간이 만든 최악의 생지옥이라 불린다. 


처음에는 장교들에게만 지급된 버버리 코트는 이런 환경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생존 필수 아이템. 그래서 트랜치 코트라는 별명을 얻어 디자인도 전투에 알맞게 개선된다. 우리는 이런 기능성 디자인을 멋으로 승화시켜 뽑내며 활보했지만서도. 


우선  색상은 진흙에서의 위장을 위해 카키색으로. 수류탄, 칼, 지도 등 간단한 전용 도구를 어깨에 걸 수 있게 견장을 달았고 총을 쏠 때 개머리 판에 옷이 닳거나 더러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오른 쪽 가슴에 gun patch를 D자 모양으로 덧대고.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빗물이 스며드는 것을 막기 위해 작은 망토를 덧붙이고, 추위를 막기 위해 앞면은 더블 버튼에 허리 띠, 소매 끝트머리에는 커프스 플랩을 달았고…. 그래서 트랜치 코트 한벌을 만들려면 개버딘 원단은 54장의 조각으로 잘렸고 여기에 단추  36개와 벅클 4개, 금속 고리 4개가 부착된다. 


우리에게는 버버리 코트하면 자동적으로 머리에 떠올려지는 것은 영국 자존심보다는 특유의 책크 무늬다.  이것은 스코틀랜드의 전통문양인 tartan에서 따 온 것이다.  타탄은 스코틀랜드의 신분을 나타내는 문양으로 하인은 단색, 농부는 2, 관리는 3, 지방행정관은 4, 재판관은 5, 시인은 6,  제일 신분이 높은 왕족은 7가지 색상을 섞은 무늬를 사용했다고.  토마스 버버리는 검정색, 흰색, 주황색, 그리고 밤색을 섞어 사용했다.  여기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책크 문양 속에 있는듯 없는듯 은은하게 짜넣은 말타는 기사 무늬.  1924년 버버리는 이를 헤이마켓 책크라는 상표명으로 등록하고 트랜치 코트의 안감 문양으로 사용했다. 


버버리는 전통을 중시하는 영국다움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전통을 우습게 여기는 젊은 세대들에게도 어필하기 위해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세계적으로 내노라 하는 디자이너들을 영입,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을 선보였다. 말 달리는 기사가 든 창에 붙은 깃발에 라틴어로 전진이라는 뜻을 가진  PRORSUM이 쓰여있기 때문이다.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하는 영국 특유의 기질에서 많은 것을 배우며 이 시리즈를 끝맺으려 한다.  연말 연시에 좀 쉬었다 내년에 새 시리즈를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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