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붓끝에 의해 구국신화같은 존재가 된 헨리 V > 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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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교육 셰익스피어의 붓끝에 의해 구국신화같은 존재가 된 헨리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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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21>


1415년에 치러진 아쟁쿠르 전투를 보면 전쟁은 숫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 하는 것이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지형과 날씨를 관찰, 전장의 악조건을 역이용하는 전략을 짜 낼 수 있는 머리.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아, 수적으로 밀리는 치명적인 약점을 덮을 만한 명연설을 짜 낼 수 있는 머리. 이 머리를 가진 헨리 5세. 아니. 헨리 5세의 입을 통해 이 연설문을 작성한 셰익스피어는 다음과 같은 명문을 남겼다.

우리가 여기서 죽는다면 조국의 손실은 우리로서 족하고, 우리가 살아 남는다면 숫자가 적을수록 영광의 몫은 커진다. 하나님께 맹세하지만 지원군 한 명도 더 바라지 맙시다. 난 맹세코 말하지만 황금에 대해서는 욕심이 없소. 누구든 내 돈으로 먹고 마셔도, 내 옷을 입는다 해도 전혀 개의치 않으리다. 나는 그런 외적인 것들에는 관심이 없으니까.

하지만 명예를 탐하는 것이 죄라면, 난 세상에서 가장 큰 죄인이오. 그러니, 제발, 본국의 지원병은 바라지도 마시오. 우리끼리 반드시 큰 명예를 얻을 것으로 믿고 있소. 한 명이라도 더 늘려서 내 명예의 몫을 줄이고 싶지 않소. 그러니 부탁이오. 제발, 단 한 명의 지원군도 바라지 마시오.

웨스트모얼랜드 장군, 전군에게 이렇게 알리시오. 진심으로 이 전투에 참전하기 싫은 자는 지금 당장 고국으로 돌아가라고. 귀국 허가증을 발급해 주고, 돌아갈 여비도 주겠다고 하시오. 우리와 함께 죽기를 두려워하는 자와 함께 이 전투를 치르면서 죽고 싶지 않소.

오늘은 마침 성 크리스피언 축제일이오. 오늘 살아서 무사히 고국에 돌아가는 자들은, 매년 성 크리스피언 축제 때마다 그 이름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 칭송될 것이오. 늙어서 이 날을 맞게 되는 이들은 매년 그 전야제에 이웃과 어울려 즐기면서 옷소매를 걷어 부치며 성 그리스피언 축제일에 입은 상처를 보여주며 자랑하게 될 것이오. “

사람이 늙으면 잘 잊기 마련이오. 하지만 이날 세웠던 공훈의 흔적만은 반드시 기억하게 될 것이오. 그때는 우리의 이름들이 평소에 쓰는 낮익은 말처럼 입에 오르게 되어, 주고 받는 술잔 사이로 생생히 되살아나게 될 것이오. Henry the King, Bedford & Exeter, Warwick & Talbot, 이들의 무공은 선량한 아버지들에 의해 아들들에게 대대로 전해 질 것이고, 세상 끝날까지, 성 크리스피언 축제일이 올 때마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 속에 기억될 것이오.

우리는 소수, 행복한 작은 무리의 형제 군단 (Band of Brothers). 오늘 나와 함께 피 흘리는 자는 앞으로 내 형제가 될 것이고, 비천한 신분이라도 오늘부터 귀족의 반열에 오르게 될 것이오. 그리고 지금 조국의 잠자리에서 단잠을 자는 귀족들은 훗날 이곳에서 함께 싸우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 우리의 무훈을 들을 때마다 부끄러워할 것이오.

이에 용기를 얻어 사기 충천해 진 소수의 행복한 작은 무리, 잉글랜드군은 최소60파운드나 되는 갑옷의 무게에 짓눌려 진흙 속에서 허우적대는 프랑스군을 작살내고 대륙에서 잃은 땅을 되찾는다. 이 업적으로 헨리 5세는 영국 역사에서 구국신화와 같은 영웅으로 남게 된다. 아, 물론, 셰익스피어의 붓끝에 의해.

헨리 5세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파리 궁에 입성, 두 나라의 통합과 결속을 위해 프랑스의 카트린 공주에게 작업을 건다. 하지만 공주는 생각 같이 잘 넘어오지 않는다. 오히려 -제가 프랑스의 적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라며 살짝 거절의 뜻을 비친다. 이에 헨리 5세는 – 아, 물론 당신이 프랑스의 적을 사랑할 순 없소. 그러나 날 사랑하면 프랑스의 적이 아닌 친구를 사랑하는 거요. 왜냐면 나는 프랑스를 무척 사랑하거든. 그래서 프랑스 마을 하나까지도 놓치고 싶지 않소. 프랑스를 전부 내 것으로 만들고 싶소. 그러니 케이트, 프랑스가 내 것이 되면, 나는 당신의 것이요. 프랑스는 당신의 것이오. 그리고 당신은 내 것이 됩니다.

나라를 그냥 통째로 집어 삼키겠다는 말을 이리 돌리고 저리 휘둘러 공주를 혼란에 빠뜨린다. 그러면서 헨리 5세의 서툰 프랑스어와 케이트의 서툰 영어를 들먹이며 꽁냥꽁냥 하다 분위기가 티격태격, 알콩달콩 단계로 넘어가자 헨리 5세는 나쁜 남자 스타일로 태도를 바꿔 공주로 하여금 프로포즈하게 만든다. – 자, 이봐요, 케이트. 이제 처녀의 수줍음 따윈 벗어 던지고 왕비다운 기상으로 가슴 속의 진심을 내게 보이시오. 내 손을 잡고 이렇게 말하란 말이오. “잉글랜드의 왕 헨리여, 난 당신의 것입니다.”라고.

이렇게 34살의 헨리 5세는 19살의 프랑스 공주를 왕비로 맞는다. 그리고 프랑스의 샤를 6세(52세)가 죽으면 이 둘 사이에서 태어날 황태자가 그의 뒤를 이어 프랑스와 잉글랜드의 공동군주가 된다는 내용의 트루아 조약을 맺는다.

테니스 공을 선물로 보내며 헨리 5세의 등극을 조롱하던 프랑스의 황태자 도팽은 일찌기 아르마냑파의 반란에 가담했기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시골 시농으로 피신 해 있다가 거기서 쟌 다르크(Jean d’Arc)를 만난다.

그런데 이게 웬일. 병약해서 골골하던 샤를 6세가 죽기 3개월 전, 헨리 5세가 갑자기 먼저 죽는다. 이제 겨우 9개월 된 황태자 헨리 6세만 남긴채. 셰익스피어의 <헨리 6세> 3부작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어 100년 전쟁의 마무리와 장미전쟁, 그리고 리처드 3세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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