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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교육 더이상 군마가 들꽃을 밟지 못하게 하고 싶었던 헨리 4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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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19>

셰익스피어는 자기나라 역사극 10편을 쓰면서 모두 7명의 왕을 등장시킨다. 그 중 <존 왕>과 <헨리 8세>를 제외하고는 모두 전쟁이 한창인 14세기와 15세기에 걸쳐서 잉글랜드를 다스린 왕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100년 전쟁 중에는 <리처드 2세>로부터 왕위를 찬탈, 1399년부터 1413년에 걸쳐 다스린 <헨리 4세>의 1부와 2부작, 그 뒤를 이어 1413년부터 1422년에 걸쳐 다스린 <헨리 5세>를 썼고, 장미 전쟁 때에는 <헨리 6세>의 1, 2, 3부와 그 뒤를 이은 <리처드 3세>를 썼다.

시대 배경은 이러하지만 아무래도 희곡이기 때문에 극적 효과를 위해서, 또는 청중들이 지루해서 뿜어내는 하품을 줄이기 위해서 실제 역사에 가감된 사건이나 감초 역할을 담당하는 가상의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하지만 이 칼럼을 쓰는 목적이 역사를 진지하게 공부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그냥 재미있게 대강 흝어보는 것이기 때문에 오늘 헨리 4세부터 앞으로 헨리 8세까지는 셰익스피어의 말을 많이 인용하려 한다. 셰익스피어 특유의 섬세한 표현, 수려한 묘사, 현란한 문체, 해학적 인물 묘사, 끊임없이 이어지는 명언들을 되세기기도 할겸.

사촌인 리처드 2세를 무력으로 몰아내고 새롭게 랭커스터 왕조를 시작한 헨리4세. 그래서 그는 항상 그에게 붙어있는 왕위 찬탈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해 왕위에 오른 후 기름처럼 유연하고 어린 병아리의 솜털처럼 부드럽게 변하여 내치에 힘쓰면서 이렇게 호소한다. ‘한 핏줄에서 태어난 동포인데도 우린 최근, 어지러운 하늘의 유성처럼, 호전적인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면서 골육상잔의 내란에 휘말려 격렬하게 싸우면서 서로를 죽였소. 그러나 이제 모두 단결합시다. 대오를 정렬해 우리 모두 한 길로 행군합시다. 더 이상 지인과 친족과 동지와 맞서 싸우지 맙시다.’ 실제로 골육상잔을 일으킨 장본인이 할 소린 아닌데…

사실 제목은 <헨리 4세>이지만 막상 이 희곡의 주제는 황태자의 탈선 행위와 그 탈선을 부추기며 항상 같이 어울리는 뚱뚱하고 늙은 기사 Falstaff의 이야기이다. 이 둘은 밤낮 같이 어울려 런던의 술집을 들락거리는데 술값이 떨어지면 강도로 변한다. 으슥한 곳에 숨었다가 순례자가 지나가면 ”내놔” 라고 소리치며 뺏은 재물을 “술 더 가져와”라고 외치면서 다 탕진해 버린다. 여기서 Falstaff는 셰익스피어가 만들어낸 가상인물. 이 파락호들의 재치있는 대화나 엉뚱한 행동이 청중의 하품을 말끔히 거둬낸다.

술취한 목소리로 이어지는 이들의 대화는 대충 이렇다. – 이봐, Hal, 자네가 왕이 되어도 이 잉글랜드 땅에 교수대를 남겨 둘 셈인가? 제발 부탁인데, 자네가 왕이 되면 제발 도둑들을 매달지 말게나. – 여전히 매달긴 하는데 내 손으론 안 하지. 네놈에게 맡길까? – 내게? 아주 좋은 생각이군. 그렇다면 난 맹세코 명재판관이 될 껄세. – 네놈은 벌써 오판을 했어. 난 널 도둑의 목을 베는 망나니 짓을 시킬 거란 말이야, 이 망나니야.

그러나 왕세자는 이렇게 파락호들과 어울리는 세월을 낭비하지 않는다. 서민들과 어울려 민정을 살피는 기회로 삼으며 훗날을 도모하며 이렇게 독백한다. ‘당분간은 너희가 방탕하게 놀도록 내버려 두겠다. 하지만 나는 태양을 닮겠다. 잠시 어두운 구름이 태양의 아름다움을 덮도록 내버려 두지만 태양빛이 필요할 때가 오면, 그걸 가로막는 더럽고도 추한 구름떼를 홀연히 헤치고 나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겠다. 이런 나의 변신은 검은 바탕에 박힌 황금과 같이 이전의 악행을 덮고 한층 더 빛날 것이다. 난 이 악한 행동을 나를 드러내는 방편으로 이용하겠다. 세상 사람들이 도저히 생각하지 못할 때, 내가 낭비한 시간을 만회해 보일 것이다.’ 그런 후 그 태양빛을 발할 기회를 잡는다.

Hotspur라는 별명을 가진 헨리가 스코틀랜드의 반란을 진압하고 돌아와서 왕 앞에 섰다. 무공을 치하하며 잡은 포로들을 데려오라고 하지만 핫스퍼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 댓가로 한가지 조건을 걸었다. 웨일스에 잡혀있는 처남 모티머 백작의 몸값을 지불하고 데려오라는 조건. 그러나 헨리4세는 모티모를 반역자로 몰아 그럴 필요 없다고 하고, 핫스퍼는 그는 운이 나빠 포로로 잡혔을 뿐이라며 왕에게 대항한다.

그러면서 핫스퍼는 자신의 Percy 가문을 중심으로 반란을 일으킬 계획을 세운다. 스코틀랜드 군대와 요크 군대를 모티머 군대에 합세시키기로 하고 이를 논의하기 위해 핫스퍼와 처남 모티머, 그리고 모티머의 장인 글랜다워가 모였다. 그리고 이 역모가 성공하면 각자에게 분배될 땅덩이에 대해서도 합의를 보았다.

이 모의 소식을 들은 헨리4세는 자신이 리처드2세에게 반기를 들었던 때를 연상하며 더 이상 갈증난 이 땅이 입을 벌리고 이 땅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피로 그 입술을 더럽히지 않게 하고 싶었고, 더 이상 호전적인 군마의 발굽이 들꽃을 짓밟지 못하게 하고 싶었지만 또다시 피를 흘려야 할 사태가 발생한 현실을 개탄하며 허송세월로 소일하는 황태자를 불러 꾸짖으며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준다.

태양빛으로 살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한 황태자 헨리는 웨스트모얼랜드 백작과 함께 출정한다. 그리고 무고한 희생을 막기 위해 핫스퍼 헨리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헨리 대 헨리로 끝내자고. 이 결투를 받아들인 핫스퍼는 ‘올테면 오라지. 그는 정성껏 치장된 희생제물이 될 것이고, 그 제물은 더운 피를 뿜는 채로 불타는 연기가 자욱한 전쟁의 여신에게 바쳐질 것이오.’라고 큰 소리 쳤지만 승리의 여신은 황태자의 손을 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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