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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교육 군고구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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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한국전쟁을 전후해 농촌의 영세농가에서는 소위 절량농가라 해서 하루 세끼 끼니를 이어가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식량 대용으로 고구마를 많이 먹었다. 우리 집에서도 안채 뒷방에 고구마 통가리를 만들어 한방 가득히 저장해 놓고 아침, 저녁엔 고구마 밥으로, 점심엔 찐 고구마로 끼니를 이어갔었다.

지금은 모두 아련한 추억이 되었다. 이제 고구마에 바치는 노래를 읽어보자. “고구마여, 고구마여/나는 이제 너를 먹는다/너는 여름 내내 땅속에서 감정의 농도를 조절하며/태양의 초대를 점잖게 거절했다/두더지들은 너의 우아한 기품에 놀라/치아를 하얗게 닦지 않고 서는/네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그래도 넌 네 몸의 일부분만을 허락했을 뿐/하지만 이제는 온 존재로/내 앞에 너 자신을 드러냈다//남자 고구마여/여자 고구마여/나는 두 손으로 너를 감싼다/네가 진흙 속에서 숨 쉬고 있을 때/세상은 따뜻했다/난 네가 없으면 겨울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하다/쌀과 빵만으로 목숨을 연명한다는 것은/생각만으로도 슬픈 일/어떻게 네가 그 많은 벌레들의 유혹을 물리치고/독 투성이의 흙을 당분으로 바꾸는지/그저 놀랍기만 하다//고구마여, 나는 너처럼 살고 싶다/삶에서 너처럼 오직 한가지 대상만을 찾고 싶다/고구마여/우리가 외로울 때 먹었던 고구마여/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무엇이고/어디로 가는가/우리는 결국 무(無)의 세계로 돌아갈 것인가/그러나 내 앞에는 고구마가 있다/생명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고/넌 말하는 듯하다/모습은 바뀌어도 우리 모두는/언제까지나 우리 모두의 곁에 있는 것이라고/아무것도 죽지 않는다고//그렇다. 난 모든 길들을 다 따라가 보진 않았다/모든 사물에 다 귀 기울이진 않았다/그러나 나는 감히 대지의 신에게 말한다/세상에서 모든 것이 사라진다 해도/고구마여, 너만 내 곁에 있어준다면/희망은 나의 것이라고”(류시화/고구마에게 바치는 노래).

요즘엔 고구마를 주식으로 먹진 않아도 군고구마의 추억은 기억할 것이다. 당분과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는 다이어트가 유행인 현대엔 군고구마가 다이어트 식품으로 선호되고 있다.
우선 고구마는 각종 미네랄과 비타민뿐 아니라 베타카로틴, 안토시아닌 등의 황산화 성분이 다량 함유된 건강식품이다. 또 식이섬유가 풍부해 포만감을 오래 유지 시켜줘 과식을 막아주고 다이어트의 숙적인 변비를 해결하는데도 효과적이다.

다만 군고구마는 찐 고구마보다 저항성 전분이 많이 파괴돼 당지수를 높일 수 있다. 갓 구운 군고구마의 달콤한 맛은 겨울철 별미 음식이며 부드러우면서 쫀득한 캐러멜 같은 고구마의 속살은 특별한 기호식품이다. 고구마를 굽는 방식은 시대에 따라 변화되어 왔으며 군고구마를 파는 곳도 많이 바뀌었다.
옛날엔 노점상들이 드럼통 안에 장작불을 펴서 직화 방식으로 고구마를 구웠다. 그러다가 장작불 대신 액체 석유 가스(LPG)를 이용하다가 최근엔 외관만 드럼통을 닮은 전기오븐에 넣어 굽는다.

길가에서 군고구마를 파는 노점상도 이제는 많이 사라졌고 요즘엔 편의점에서 군고구마를 팔기도 한다. 한 예로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원당시장 근처에 있는 ‘세계로 할인마트 원다점’은 요즘 드물게 길거리 군고구마 판매장이다. 마트 입구에 전기 오븐식 군고구마 기계를 겨울마다 설치하여 판매하고 있다.
군고구마 기계는 드럼통 모양의 윗부분과 아래쪽에 설치된 전기오븐으로 구성돼 있는데 고구마를 넣은 후 벨이 울리면 다 구워진 고구마를 위로 옮겨 보관했다가 판매하게 된다.

최근엔 각 가정에서 ‘에어프라이어’로 군고구마를 만들어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집에서 고구마를 구워 먹으려면 ‘밤고구마’보다 ‘호박고구마’처럼 수분이 많은 품종이 더 좋다. 또 최근에 일본산 품종인 ‘베니하루카’보다 당도가 높은 ‘소담미’ 등 국산 신품종 고구마도 개발돼 있다. 반쯤 구운 고구마에 치즈, 연유, 꿀 등을 올려 다시 한번 구우면 패밀리 레스토랑의 인기 메뉴 ‘베이크드 스위트 포테이토’보다 더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다(농민신문/2022.1.14.일자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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