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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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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소아마비로 휠체어를 사용하는 주부입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올리는 것은 저의 다리가 되어주는 고마운 남편에게 제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입니다. 저는 한 살 때 소아마비를 앓은 후 장애로 학교에 다니지 못했기에 멋진 글귀로 글을 쓰지는 못합니다. 제가 남편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방송을 통해서입니다. 우연히 라디오의 장애인 프로그램을 통해 문밖출입을 못하며 사는 저의 사연이 나갔습니다. 그 당시 제주도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던 지금의 남편이 제 이야기를 듣다가 들고 있던 펜으로 무심코 저의 주소를 적었답니다. 


남편은 그 다음 날 바로 저에게 편지를 했지만 저는 답장을 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저는 글을 잘 몰랐던 탓도 있었지만, 남자를 사귄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으니까요!!? 그러나 남편은 답장도 없는 편지를 1년 가까이 1주일에 한 번씩 계속 보내왔고, 저는 여전히 답장 한 통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주소 하나 달랑 들고 무작정 그 먼 곳에서 서울 성동구 금호동의 우리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장애인인 제 사정상 반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먼 곳에서 저를 찾아온 사람이기에 손수 정성껏 대접을 했습니다. 그렇게 저를 만나고 제주도로 돌아간 남편은 그날부터 1주일에 한 통씩 보내던 편지를 거의 매일 일기처럼 적어 보내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소포가 하나 왔는데 종이 학 1.000마리를 접어, 걷지도 못하는 저에게 1.000개의 날개를 달아 이 세상 어디든 날아 다닐 수 있게 해주고 싶다며 보낸 온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결혼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기에 남편의 청혼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남편은 결국 직장을 포기하면서 저를 보기 위해 서울로 이사를 왔고, 3년에 걸친 청혼 끝에 저는 남편의 마음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습니다. 


저희는 마침내 부부가 되었습니다. 내 삶의 날개가 되어주는 당신께. 여보, 지금 시간이 새벽 5시 30분이네요. 이 시간이면 깨어 있는 사람보다 아직 따뜻한 이불 속에서 단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 더욱 많을 거에요. 그러나 당신은 이미 집을 나서 살을 에이듯 차가운 새벽 공기에 몸을 맡기고 있겠지요.. 내가 여느 아내들처럼 건강한 여자였다면 당신의 그 힘겨운 짐을 조금이라도 나누어질 수 있으련만, 휠체어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나는 그럴 수가 없기에 너무나 안타까워 자꾸 서러워집니다. 


자동차에다 건어물을 싣고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며 물건 하나라도 더 팔려고 애쓰는 당신. 그런 당신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물 한 방울, 전기 한 등, 10원이라도 아껴 쓰는 것이 전부라는 현실이 너무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 


불편한 나의 다리가 되어주고, 두 아이에게는 나의 몫인 엄마의 역할까지 해야 하고, 16년 동안이나 당뇨로 병석에 누워계신 친정어머니까지 모셔야 하는 당신입니다. 이런 당신께 자꾸 어리광이 늘어가시는 어머니를 보면 높은 연세 탓이라 생각하면서도 자꾸 속이 상하고 당신에게 너무 미안해 남모르게 가슴으로 눈물을 흘릴 때가 많답니다. 


여보, 나는 가끔 깊은 밤잠에서 깨어 지친 모습으로 깊이 잠들어 있는 당신을 물끄러미 지켜보며 생각합니다. “가엾은 사람,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한 평생 걷지도 못하는 아내와 힘겹게 살아야 할까?” 라고요. 비를 좋아하는 나는 비가 내리는 날이면 가끔 당신을 따라 나섰지요. 종일 빗속을 돌아 다닐 수 있다는 것 때문에 힘든 줄도 모르게 되었지요. 그런데 며칠 전 겨울비가 제법 많이 내리던 날, 당신이 비를 몽땅 맞으며 물건을 파는 모습이 나의 눈에 들어왔어요. 그때 내가 느꼈던 아픔과 슬픔은 어떤 글귀로도 표현 할 수 없을 만큼 나의 가슴을 아리게 했어요. 그때 나는 다시는 비 내리는 날 당신을 따라 나서지 않겠노라, 나 스스로 다짐을 했답니다. 


3년 전 당신은 여덟 시간에 걸쳐 신경 수술을 받아야 했지요. 그때 마취에서 깨어나는 당신에게 간호사가 휠체어에 않은 나를 가리키며 누군지 알겠느냐고 물었을 때 당신은 또렷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어요. “그럼요, 내가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도 사랑할 사람인데요.” 라고 그렇게 말하는 당신에게 나는 바보처럼 고맙다는 말도 못하고 한없이 눈물만 떨구었어요… 


어린 시절 가난과 장애 때문에 학교에 다니지 못했기에 나는 지금 이 나이에 늘 소원했던 공부를 시작했지요. 난 그런 당신에 대한 고마움의 보답으로 정말 열심히 공부할 겁니다. 어린 시절 여느 아이들이 다 가는 학교가 너무도 가고 싶어 남몰래 수없이 눈물을 흘렸는데 인제야 그 꿈을 이루었어요, 바로 당신이 나의 꿈을 이루어 주었지요. 여보, 나 정말 열심히 공부해 늘 누군가의 도움만 받은 사람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될 거에요. 여보, 한평생 휠체어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나의 삶이지만 당신이 있기에 정말 행복합니다. 당신은 내 삶의 바로 그 천사입니다. 당신을 영원히 사랑하고 늘 감사의 두 손을 모으며 살 겁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아내가….. 

<부부생활 수기공모 최우수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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