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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전선위에 참새'처럼 밋밋했던 '길위에 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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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언제까지 그를 길위에만 세워 놓을건가”

'전선위에 참새'처럼 밋밋했던 '길위에 김대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란 영화를 중학생때 보고서 나는 헐리우드 필름창고의 어딘가에 아직 상영되지 않은 후속편이 있을것이라고 확신한 적이 있었다. 파란만장한 미국의 현대사를 관통하고 난 뒤 울부짓는 스카렛 오하라의 마지막 대사를 당시 사춘기를 겪던 필자가 받아들이기엔 그 비극의 라스트 신이 쉽게 용납이 안됐던 듯하다.


'길위에 김대중'을 보고 어두운 상영관을 빠져 나오면서 수십년만에 느꼈던 그 씁쓰레함이 똑같은 무게로 다가왔다. 사춘기때 보았던 영화는 픽션이었고 지금 본 건 뻔히 아는 논픽션이었음에도 앞으로 전개될(됐어야 할) 스토리를 생략한 체 끝난 영화는 기대가 컸던 만큼의 아쉬움을 가슴에 가득 안고서 뚜벅뚜벅 극장의 복도를 걸어나오게 했다.


기자는 너무도 잘 알려진 사실의 일대기를 보기에 앞서 국내에서의 박스오피스만 탐색해봤다. '서울의 봄'이 3위로 밀려나긴 했어도 1천 3백만명의 관람객을 불러모았다는 소식이 흥분은 됐지만, 20위권 안에 '길위에 김대중'이 없다는 사실에 다소 의아함을 느끼며 상영관 맨 뒷좌석에 앉아서 스크린과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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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작되고 10여분이 지나가고 있는 순간에 나는 국내의 '박스오피스 20위권 밖 영화'를 공감할 수 있었고 휴대폰 상단에 떠오른 시간을 자주 들여다보며 이 지루한 영화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했다.


돈을 주고 극장을 찾아온 관객을 상대로 하는 영화나 연극의 본질은 보통 두가지를 반드시 충족시켜야 한다는게 원론이다. 작품성과 흥행은 나중 문제고, '리얼리즘'과 '재미'를 기본 바탕으로 뒀는지를 먼저 따지고 들어가는 것이 '영화'를 정의하는 학술적 원칙(스타니슬라브스키의 '연극과 영화의 해석')인 것이다.


한 마디로 '길위에 김대중'은 리얼리즘은 100퍼센트 적정수준을 지켰을 지는 몰라도 재미를 충족시키는 극적 긴장감이나 호기심, 감동 등의 효과는 전혀 연출해 보이질 못했다. '다큐멘터리에 무슨 재미를 요구하냐?'고 반문할 혹자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무슨 세미나의 학술 영상이 아닌 이상에야 영화는 자막이 올라오는 순간까지 스토리 테일을 전에 없던 신선한 연출력으로 독특하고 개성있게 끌고 나가야 한다.


상영관의 객석의자는 주최측의 땀흘린 홍보 열의를 업고 대부분 채워졌다. 몇몇 눈에 익은 단체장이나 회원들 말고도 처음 만나는 한인들 관람객에다 외국인 관객들까지 보태져 '객석을 채울 수 있을지'를 고민했던 함께맞는 비(회장 구보경) 주최단체에게는 일단 관객동원면에서는 성공적인 만족감을 줬을 것이라고 본다. 김대중 대통령의 '군부 정권의 위협에 항거하며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기며 오랫동안 민주 진영의 지도자로 활동해 온 사실'을 모르고 찾아온 성인 관객은 몇몇 외국인들 말고는 없었을 것이다. 그들 관객 중 보통은 U-TUBE 등 여타의 인터넷 매체에서 얻을 수 있었던 것 이상으로 역사인식의 새로운 정보를 영화에서 구했다면 그나마 다행일 수 있으나, 기자가 추가로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성인관객의 손을 잡고 상영관을 찾은 나이어린 자녀들에게 친절하게 시사하지 못했을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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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군부정권이 온통 생소할 수 밖에 없었을 청소년 동포들에게 이 영화가 '고국의 현실정치와 미래를 위한 약속'의 의미를 부여하는 기회로 작용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서울의 봄'의 시기에 맞춰 16년 만에 광주를 찾아 통곡하는 김대중의 모습으로 영화를 끝낼게 아니라, 이후 대통령에 당선되어 민간정부 출범이후 최초의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이룬 사실만이라도 우리 아이들에게 설명했으면 하는 아쉬움 말이다. '햇볕정책'이니 '노벨 평화상 최초 수상' 장면 등이 굳이 진부해서 생략한다쳐도, ASEAN과 중국 일본과의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활발하게 펼쳐나갔던 외교활동이며,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하에서의 외환위기 극복과정이 자녀들에게 이해시키기 난해해서 포기한다 쳐도, 적어도 오늘날 대한민국을 문화강국의 반열에 오르게 한 K-컬처의 동기부여 인물이었다는 점 하나만이라도 엔딩자막이 오르기 전에 보여줬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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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에도 온갖 풍상(風霜)을 참고 이겨낸 인동초(忍冬草)를 그려낸 영화로써의 몫은 손색이 없었을지 모르겠으나,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의 '길위에 김대중'을 뛰어넘은 '대통령의 길 위'에서의 김대중을 말하는 영화였었으면 하는 마음이 비단 기자만의 생각이었는지 의문을 품어 본 하루였다.<임용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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