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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민학기 회장을 고국으로 떠나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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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민학기 회장을 떠나보내며

갑작스레 터진 에릭의 눈물


김형선 협의회장은 끝내 오열하고 말았다. 환한 웃음으로 평통 행사를 마지막으로 휴스턴을 떠나는 어르신을 보내주길 바랐던 기자도 그 절절한 장면을 연출한 두 사람의 모습에 눈시울을 붉히지 않을 수가 없었다.


민학기 어르신은 미국이 히로시마에 원자탄을 투하하기 직전 경기도 김포군 하성면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당시 대다수의 고국 국민들이 그러했듯 불우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어르신의 인생행로는 기자가 이닌 까마득한 인생후배에게 들려주곤 했던 술좌석 무용담에서 자주 듣던 얘기였다. 


10년전 휴스턴에 당도해서 맨 처음 밥대접을 해준 사람이 그 어른이었고 7년간을 떠나있다가 다시 돌아온 언론바닥에서 재회의 술자리를 갖게 해 준 사람도 그 어른이었다. 


그는 꼭 내가 아니더라도 늘 후배들을 챙기는 사람이었다. 한때 휴스턴 문화행사의 주역으로 활약했던 유스코러스(어린이 합창단)를 오랜시간 이사장으로 활약하며 후세대를 보살피는 그만의 특별한 공감세계에서 나는 그의 차세대에 희망을 거는 집념을 눈치챌 수가 있었다. 




 

휴스턴 한인사회에서 그는 베트남참전 유공자회의 수장으로서만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테일러로서의 숙련된 전문재단사를 그만두고서도 지금까지도 참전유공자 단체의 중남부회장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그는 영락없는 애국자에 사라지지않는 노병의 화신이란 분이란걸 나는 잘 알고있다.


에릭(오늘은 민주평통휴스턴협의회장을 그렇게 부르고 싶다)은 어르신과 나만큼의 나이차이를 딱! 그렇게 나와 차이를 둔 또 나의 까마득한 후배다. 에릭이 민학기 어른에게 사랑받는 또 한명의 후배란 사실을 알았을 때 에릭과 어르신의 중간 연령에서 사람에 굶주려있던 기자는 에릭을 가슴으로 안는 동기가 됐다. 에릭은 가장 존경하는 어른으로 주저없이 민학기 회장을 손꼽았고, 어른은 가장 멋지고 젊은 후배가 민주평통의 수장이 되었다는 사실에 자랑스러워 했다.


에릭과 내가 공통적으로 고민했던 게 최근에 하나 생겨났었다. 수십년 휴스턴 이민생활을 청산하고 고국으로 돌아가는 어르신을 어떻게 뜯어말려야 하는지를 온갖 재롱(?)을 부리며 설득해봤지만, 그 사이에 어른은 정성껏 꾸며온 주택도 팔고 가구며 옷까지도 필요한 지인들에게 다 넘겨준 뒤였다.


민학기 베트남참전 미중남부 유공자협의회장은 평통 휴스턴협의회의 현역 자문위원이다. 최고령 자문위원중의 한 사람인 그는 이미 동두천에 마련한 거주지로 떠날 시간을 연장해 휴스턴협의회가 초대형 행사로 만든 골프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비행 탑승시간도 변경했다. 민학기 자문위원이 항상 자신이 이끌어가는 민주평통을 굳건하게 지켜주고 있다는 에릭의 믿음을 이번에 그런 협의회장에게 의리를 지키기위해 그의 휴스턴 한인사회의 마지막 행사를 골프대회에서 마감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 그를 위해 에릭은 숨어서 감사패를 만들었다. 깜짝 감사패를 만들어 깜짝 이벤트를 감행한 에릭은 누군가 고맙고도 훌륭한 사람 한명을 소개한다는 멘트를 날리고는 정작 그 누군가를 밝히기 전에 울음이 터지고 만 것이다.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울음섞인 소리에도 민학기 어른은 자신을 호명해주는 진심을 알아차리고 감사패를 영광스럽게 받기위해 편치않은 다리로 단상에 올라갔다.


"후배들이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잘 자라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내가 참으로 이민생활을 잘 하고 있는 사람이어서 그게 행복했다"는 한마디만 귀에 들어왔고, 그는 그렇게 고국에서도 죽을 때까지 '나라사랑'에만 빠져있을 사람이란 걸 에릭과 참석자들은 공통으로 느꼈을 것이다.  


사실 기자는 '베트남참전용사가 받아야 할 의료혜택을 고국에서 싸우는 게 더 유리하다'는 이유로도 휴스턴을 떠나는 그와의 헤어짐이 에릭만큼은 애처롭지는 않았다. 기자가 흘린 눈물은 어쩌면 민학기 어른과의 이별보다는 에릭의 중요한 한 단체를 이끌기 위해 단단하게 무장된 강직함 뒤에 숨어있는 어린아이같은 순수함이 더 슬퍼보였기 때문 이었을 것이다.


에릭과 기자는 가끔은 혼란스러운 이민생활 중에서도 행복할 때가 더 많다는 걸 가끔씩 얘기한다. 민학기 어른이 떠나고 난 뒤에도, 후배들의 활동에 큰 힘을 실어주고 무조건적으로 응원하고 박수쳐주는 어르신들이 곳곳에 즐비하다는 사실을 둘은 너무도 제대로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임용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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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와 함께한 민학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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