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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나 ‘박사’보다 ‘선생님’이란 호칭이 좋다는 황선홍 한인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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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만난 사람>

“한글교사로서의 활동이 내 생활에 가장 활기를 불어다 줘”

 ‘교수’나 ‘박사’보다 ‘선생님’이란 호칭이 좋다는 황선홍 한인학교 교사 


 4년째 휴스턴한인학교(교장 박은주)에서 한글발음이 서툰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글교육을 전담하는 황선홍 교수를 만났다. 휴스턴 대학교에서 커리큘럼 디자이너로 일하는 황교수는 '교수'라는 직함보다는 '교사'라는 호칭이 부담이 덜하다며, 한글교사로서의 활동이 그의 생활에 가장 활기를 불어다주는 몫을 차지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휴스턴에 정착한지 20년이 넘었음에도 기자와는 소통이 없었던 그를 카리스선교합창단의 정기연주회에서 합창단 일원으로 그를 알게되면서 인터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비로소 품게 됐다. 그를 알고있는 많은 사람들로부터의 인터뷰 추천도 있었던 터라, 지난 일요일 거리낌없이 만났던 자리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어진 서로간의 관심사가 좋은 이웃으로의 인연까지 보태줘 즐겁기도 했다. <대담=임용위 기자>  


Q 가족 구성원은?  

타이완이 고향인 아내(Jessie Kuo)와의 슬하에 10살 남자 아이(황순호)가 있다. 앰디 앤더슨에서 병치료차 와있는 처제, 장인 장모님과 함께 다섯식구랑 같이 살고 있다

Q 휴스턴대학교에 재직 중인데 강의 말고 주로 하는 일은?

"주로 커리큘럼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리서치도 하고 종종 강의도 나간다. 2009년 ‘실용적인 지식을 얻기위한 경험학습 방법론’이란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4년전부터 시작한 토요일 한인학교 활동에 더 심혈을 기울이게 됐으며, 최근엔 학부모님반을 맡아서 거기에 더 재미를 붙였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소통하는 직업이 천상 '내 운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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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시간을 재미있게 보내자'는 것이 학부모반을 맡아 가르치는 첫째 모토라는 황선홍 교사. 사진은 한인학교 김장행사에서 황 교사와 함께 김치 담그기에 즐거워하는 학부모반 학생들 모습  


Q 한인학교는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 

"2021년 초기에는 전혀 생각 못해 본 일이었다. 아이의 한글교육때문에 학부모의 입장에서만 방문했었고, 특히 아내가 타이완 사람이라 아이의 한국어 습득을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아빠의 입장에서 한인학교 점심봉사에까지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한인학교 주방에서 학부모 봉사를 하던 중에 박은주 교장이 조심스레 권유해온 일이 한인학교 교사였다. 보자마자 말이 잘 통했고, 교육봉사에 열정적인 교장의 타고난 감각에 존경심이 들었던 와중에 받은 권유라 흥미가 있을 것도 같아서 바로 수락했던 것 같다. 


초등 2반을 맡아서 3년 정도 가르치다가 작년부터 한글회화에 익숙하지 못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학부모반을 맡아 가르치고 있다.


부모님이, 특히 어머니가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하면 아이들이 언어학습에 도움이 되는 건 당연한 이치다. 한인 학부모들과 더불어 어렸을때 한글을 배울 기회를 놓친 한인 입양아들, 한글을 접하지 못하고 성인이 되어버린 코리안 아메리칸들이 한인학교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데 점점 그 숫자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Q 어떻게, 어떤 비결을 발휘해 학생들과 소통하는가?

"'수업시간을 재미있게 보내자'는 것이 첫째 모토다. 일단 학부모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바쁜 직장인들이라서 다른 할 일이 많은 피교육자들이다. 와서 배우겠다는 성의부터가 감사한데 최소한 스트레스는 받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 주간 있었던 일들을 터놓고 이야기하며 가정이나 일터에서 발생했던 웃긴 이야기들, 각자 알고있는 위트있는 유머나 농담거리들을 화제삼아 수업시간에 많이 활용한다.  


학생 중 한명이 음식점에서 한국어로 주문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해 지난 학기 마지막 시간에 아예 수업을 서울 가든에서 한 일이 있다. 주문하는 방법을 공유하고, 차려져 나온 음식을 서로 소개하는 시간은 학생들에게 생활한글을 익히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이번 학기 초에는 '집밥 강선생'의 무료 시식코너 광고에 혹해서 학생들과 함께 우루루 몰려가 한글익히기 경험을 진지하게 가졌다. 다 같이 맛있는 김치와 삼겹살을 먹으면서 한국 음식문화의 특색있는 장점까지 서로 한글로 소통하며 익히는 매우 유익한 시간이 됐다."


Q 교육자료는 충분한가?  더 갖췄으면 하는 학습도구나 자료 등은 없는지? 

"교육자료는 넘쳐난다고 본다. 정보와 자료의 홍수속에서 어떤 것을 잘 선별해서 가르쳐야 하는지가 관건이다. 좀 더 깊이가 있었으면 하고 생각한 자료는 한국에 갈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져오곤 한다. 


한글교사들을 위한 교사 연수가 한학기에 2번 정도 있는데 이 점이 특히 많은 도움을 준다. 아이들을 위한 체험학습은 나보다 훨씬 교육경험이 많은 선생님들에게서 영감을 받는다. 좋은 아이디어를 줄줄이 내놓는 선생님들에게 늘 감사한다. 종이접기나 윷놀이를 비롯 떡볶이 만들기 학습 등의 활동들을 지켜보면서 그 분들의 실천이 가장 큰 교육자료 역할을 한다.  


휴스턴 한인학교는 수업전 회의 시간에 아이디어가 많이 쏟아져나온다. 특활활동이 눈부시게 발전하는 이유가 그 아이디어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특별활동은 본 수업시간에서 부족한 언어교육에 큰 보충수업으로써의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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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카리스합창단 단원으로서도 왕성하게 활약하고 있다?

 "카리스합창단 입단은 한글교사로서의 연장선상에서 선택한 결과였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영어와 한국어를 말할때의 자세와 발성, 발음의 차이 등 '음성학'에 관심이 생겼고 합창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김진선 지휘자를 소개받아 시작한 카리스 합창단에서 총무를 맡는 일까지 주어졌다. 


노래를 배우면 자연스럽게 자세, 발성, 발음등에 신경을 쓰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격언 중에 “언어의 끝에 음악이 있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 음악은 만국공통어가 아닌가?  음악을 통해서 언어를 쉽게 배울수 있기도 하고, 같이 노력하는 분들이 거의 자원봉사 수준으로 공연준비를 하는데, 지휘자님은 또 지휘자님대로  재미있게 리드를 하셔서 즐겁게 배우면서 하고 있다. 


지난 가곡의 밤 공연엔 아리랑을 관객들과 함께 불렀는데 고향생각이 나서 너무 좋았다는 분들이 많았다. 우리 공연은 종교나 인종, 정치, 이념에 관계없이 다 같이 와서 즐길 수 있는 공연이라는 점에 자부심이 있다. "


Q 한인사회에서 특히 존경하는 사람이 있다면?

"박은주 한인학교 교장과 김진선 목사님, 그리고 구보경 함께맞는비 회장을 꼽는다. 어떤 단체든 리더의 역할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가정에서도 리더가 제대로 역할을 못하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하지 않던가. 


그런 점에서 한인학교 교장으로서 훌륭한 리더쉽을 보여주고 있는 박은주 교장선생님과, 카리스합창단 지휘자로서의 역할도 그렇고 목회자로서 유익한 설교를 위해 애쓰시는 점과 남다른 유머감각의 소유자인 김진선 목사님이 맨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함께맞는비 대표인 구보경 회장의, 아무나 하지 못하는 열정과 희생정신에 화이팅! 하라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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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한인학교 교장과 김진선 목사, 그리고 구보경 함께맞는비 회장을 존경한다는 황선홍 박사는  “인공지능의 시대에 비판적 사고 능력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평생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고 토로한다. 


Q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 책벌레로도 소문이 자자한데, 소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듣는다. 락밴드 음악에 미쳐있던 적이 있었다. 오아시스와 라디오헤드, 콜드 플레이 등에 심취했으며 한국음악으로 크라잉 넛, 윤도현 밴드, 강산에를 좋아했다. 특히 탐 왓츠 같은 싱어송 라이터 음악이 나를 지배하기도 했었다.

요즘은 자기 스토리를 직접 쓰는 힙합 가수들의 음악을 많이 듣는다. 인스트루먼트 음악이나 클래식음악을 듣는 일상도 매우 즐겁다. 


이번 카리스 공연을 연습하면서 한국 가곡들을 많이 접하게 돼 행복했다. 가곡은 시()에다 음을 붙인 거라 그런지 시도 읽고 노래도 듣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았다. 유난히 '가고파'란 가곡을 듣고 부르면서 내 고향 남쪽 바다 생각이 아주 많이 났다. 가곡에 매료되다보니 가곡의 왕 슈베르트의 곡들도 많이 듣게 됐다.   


책은 항상 내 손이 닿는 곳에 있다. 가장 감명깊었던 세권 정도를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첫번째 책은 언어에 있어서 비유의 중요성을 강조한 인지언어학자 조지레이코프가 쓴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이다. 원서로 한번 읽어 봤는데 점점 기억이 가물가물해져서 다시 한번 정독을 하려고 한다. 두번째 권하는 책은 키르케고르 철학자가 쓴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는 책이다. 좋아했던 이선균 배우가 왜 그런 안타까운 선택을 했을까 리서치를 하다가 알게된 책인데, 인간이라면 누구나  안고있는 불안이나 절망과 같은 실존적 고민들에 대해 이야기 해 주는 책이라서 감동을 받았다. 그런 해결책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도 한번 읽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게리 채프만의 '5가지 사랑의 언어'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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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외국에서 자라나는 자녀, 또는 그들을 키우는 부모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오은영 선생님 영상을 많이 보기를 권한다. 나 역시 아이들 가르칠 때 그분 영상을 많이 참고한다. 특히 '10살때까지는 야단칠 게 없고 모르니까 가르쳐야 할 것만 있다'는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그 영상을 본 이후로 화가 날 일이 있어도 '그래, 모르니까 가르쳐야지!' 하면서 화를 삭히고 애한테는 조곤조곤 말하게 됐다. 정 안되면 호흡을 한번 크게 들이쉬고, 또 멀리서 큰 소리로 아이 이름을 부르면서 '컴 히어!' 하는 것 보다 다가가서 안아주면서 '같이 가자!' 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해서 그렇게 하고 있다. 


부모역할은 처음이니까 배우면서 나아가야 할 거 같다. 잘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고민하는 부모로서 같이 공유했으면 한다. 그렇게 다짐을 하면서도 나는 이제 10살인 아이에게 자주 야단을 친다.(웃음) 


한국의 부모들은 의례 '오늘은 학교에서 뭐 배웠어?' 라는 식으로 묻곤하는데, 유대인들은 '오늘은 학교에서 무슨 질문을 했니?' 라고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한다. 좋은 질문들을 많이 하려면 비판적 사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암기와 지식의 양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지나갔고, 인공지능의 시대에 비판적 사고 능력을 갖춘 사람으로서 성장하도록 평생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다양한 것들을 같이 배우자'는 마인드가 부모들한테 있어야 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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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k님의 댓글

Nic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황선홍선생님!  참으로 고맙습니다  우리 후세를 위해 애써 주시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이 글을 기술해주신 기자님도 감사하고요
요즘같이 팍팍한 생활에 활력소와 같습니다  모두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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