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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교육 123년 이어진 영국과 하노버와의 동군연합 시대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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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Netflix를 기웃거리다가 우연히  <Queen Charlotte: A Bridgerton Story>라는 제목을 클릭해 보았다. 

혹시 조지 3세의 왕비인 그 샬롯? 하면서. 맞다. 그 샬롯. 그래서 밤을 밝히며 졸다 보다를 반복, 한꺼번에 몰아 보았다. 내일 하루 종일 자면 되니까. 딱히 뭘 꼭 해야 할 일도 없는, 있어도 얼마던지 미룰 수 있는 널널한 여유. 이래서 노년도 꽤 살만한 인생인 게야.    


 서서히 몰락하고 있는 가문에서 태어난 당찬 샬롯. 썩 내키지는 않지만 고국을 떠나 영국의 왕비가 되기로 결심한다. 덜컹이는 마차에 장시간 시달리며  영국 왕실에 도착한 샬롯. 도착하자마자 공비의 날카로운 시선이 온 몸을 주욱 흩는다. - 음, 엉덩이는 제법이군. 이제부터 가능한한 많은 아기를 생산해야 할 것이야. 내 아들을 위해서 말이다. - 네, 대비마마. 


 장차 시어머니가 될 공비는 대신들과 둘러 앉아 탐탁치 않은 첫 인상을 푸념섞어 털어 놓는다. 못 생겼다는 둥, 왜 피부가 그 모냥이냐는 둥. 그러자 중매섯던 대신이 변면한다. 무어 족 혈통이라고 이미 말씀드렸는데… 그래도 저렇게 짙게 검다고는 말하지 않았잖아. 검어도 너무 검어. 그리고 푸념은 계속된다. 사람들이 수근댈 것이라는 둥, 이 결혼 취소할 수 있느냐는 둥, 양국간의 협상인데 이제와서 취소할 수는 없다는 둥, 그래도 취소해야지 큰 문제꺼리가 될 것이라는둥…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결혼식은 올려진다.


 그런데 결혼식 날 신부가 보이지 않는다. 도망치려고 담장을 기어올라가려고 애쓰는 샬롯 을 발견한 조지 3세. - Hello my Lady,  도움이 필요하세요?  - 저를 좀 밀어주세요 - 왜 넘으려 하시는지 - 내 생각에는 신랑이 짐승이거나 - 짐승이요? -아님, 두꺼비이거나.  여태까지 아무도 그분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지 않았어요. - 난 당신을 도와 줄 생각이 전혀 없는데요. - 곤경에 처한 숙녀인데도? - 나와 결혼하지 않으려고 곤경에 처한 숙녀… 

이렇게 만난 둘은 서로 호감을 갖게 되고 그래서 결혼식은 무사히 그리고 성대하게 치러진다. 


 문제는 그 후부터 팡팡 터진다. 결혼식을 마친 조지 3세는 버킹엄 왕궁을 보여주며 당신에게 드리는 결혼 선물이라는 말만 던지고 그 큰 궁에 신부만 남겨둔 채 돌아가 버린 것. 며칠을 기다려도 여전히 혼자였다. 참다 못한 샬롯은 남편 있는 곳으로 쳐들어간다. 천체 관측소. “난 독수공방인데 폐하는 나보다 하늘이 더 좋은가 봅니다.  여기에 내가 아는 사람이라고는 폐하말고는 하나도 없는데 말이지요.”라며 그동안 쌓인 울분을 털어 놓는다.  그런데도 환궁할 때는 다시 혼자. 


 그러면서 속속이 드러나는 조지 3세의 비밀스런 지병. 가끔 발병하는 환각증세를 고쳐 사랑하는 샬롯을 행복하게 해 주겠다는 일념으로 그 무섭고 치욕스런 고문 수준의 치료를 감내한다. 뒤늦게 이를 알아차린 샬롯은 고문 당하는 남편을 데려와 자신이 돌보며 무려 15명의 자녀를 생산한다. 


 세월이 흘러 샬롯은 혼자 버킹검 궁전을 지키며 자식들을 다그친다.  주구장창 바람만 피우지 말고 제발 누구 하나라도 정식으로 결혼해서 대를 이을 아이를 낳으라고.  그러자  며느리 중 한명이 손자를 임신했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준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샬롯은 증세가 악화되어 격리 수용되어 있는 남편의 궁을 향해 달린다. 하지만 조지 3세는 왕비를 알아보지 못한다. 샬롯은 옛날에 남편이 긴장할 때마다 들어가 숨던 침대 밑 작은 공간을 떠올리며 침대 밑으로 들어간다. 조지 3세도 따라 들어온다.  그 좁은  공간에 쭈그리고 엎드려 나눈 둘의 대화는  가슴시린 추억 한토막.  - 담장을 넘지 않았군. - 네, 안 넘었어요.    


 실제로 조지 3세가 환각증세를 보이며 자리에서 물러난 때는 통치 말기인 1811년. 그 후 10년을 더 고생하다 세상을 뜬다. 이 때 장남인 황태자가 섭정을 했기 때문에 역사는 이 시기를  섭정시대 (Regency)라 한다.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또 하나의 Netflix 연속극이 있다. Bridgerton이라고. 그런데 이 연속극은 그저 그런 로맨스 물. 하지만 여기 등장하는 의상 가구 등이 Regency Style이라 하여 눈요기하기엔  좋다. 조지 4세의 취향이 워낙 사치스럽고 화려했기 때문이다. 


 그 중의 하나가 Royal Pavilion. 그가 섭정을 시작하자마자 지은 건물로 버킹엄 궁전을 설계한 존 내쉬의 작품이다.  램프를 든 요정이 금새 튀어 나올 것 같은 사라센 풍 같기도 하고 인도나 중국, 암튼 동양적 색체가 농후한, 영국에서는 보기 드문 모양새를 지닌 건축물이다.  외관이 이러하니 인테리어는 또 얼마나 화려할까… 


 공식적으로는 자신의 통풍을 치료하기 위해 지은 건물이라지만 속내는 다르다. 저 위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샬롯이 자식 농사는 풍성히 지었지만 추수 때 거둘 것은 별로 없었다.  하나같이 바람피고 부모의 속을 썪혔다고 한다.  장남인 조지 4세는 황태자 시절에 평민인 마리아 핏츠허버트를 사랑, 몰래 결혼까지 했지만 왕실의 허락은 받지 못한 상태. 게다가 도저히 갚을 수 없을 만큼의 노름 빚까지. 이런 아들을 앉혀 놓고 왕가에서는 일종의 딜을 했다. 고종 사촌인 캐롤라인과 결혼하면 그 빚을 대신 갚아 주겠다고. 할 수 없이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했고 섭정이 된 황태자는 마리아와의 밀회를 위해 Royal Pavilion 을 지었다고. 


 그 동안 유럽을 떠돌던 캐롤라인은 남편이 조지 4세로 즉위하자 대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런던에 도착했으나 문전 박대를 당했다고. 결국은 들끓는 여론에 밀려 왕비 책봉은 받았지만 곧 세상을 떠난다. 영국 역사에 기록된 또 한명의 비운의 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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