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자화상(自畵像) > 컬럼

본문 바로가기
미주지역 바로가기 : Calgary/EdmontonChicagoDallasDenverHouston,    TorontoVancouverHawaiiLANYSeattle

컬럼

기타 황혼의 자화상(自畵像)

페이지 정보

본문

늙어가는 길… 처음 가는 길입니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입니다. 무엇 하나 처음 아닌 길은 없지만 늙어가는 이 길은 몸이 마음과 같지 않고 방향 감각도 매우 서툴기만 합니다. 가면서도 이 길이 맞는지 어리둥절할 때가 많습니다. 때론 두렵고 불안한 마음에 멍하니 창 밖만 바라보곤 합니다. 시리도록 외로울 때도 있고, 아리도록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어릴 적 처음 길은 호기심과 희망이 있었고 젊어서의 처음 길은 설렘으로 무서울 게 없었는데 처음 늙어가는 이 길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지팡이가 절실하고, 애틋한 친구가 그리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래도 가다 보면 혹시나 가슴 뛰는 일이 없을까 하여 노욕인 줄 알면서도 두리번두리번 찾아 봅니다. 앞길이 뒷길보다 짧다는 걸 알기에 한발한발 더디게 걸으면서 생각합니다. 아쉬워도 발자국 뒤에 새겨지는 뒷모습만은 노을처럼 아름답기를 소망하면서 황혼 길을 천천히 걸어갑니다. 꽃보다 곱다는 단풍처럼, 해돋이보다 아름답다는 해넘이처럼 그렇게 걸어가고 싶습니다.


세월은 왜 이렇게 빠른지? 어느새 머리가 빠지고 주름이 생기더니 물 마시다 사래 들고 오징어를 두 마리씩 씹던 어금니는 임플란트로 채웠다. 안경 없으면 더듬거리니 세상만사 보고도 못 본 척 조용히 살란 이치인가? 세상이 시끄러우니 눈감으란 말인가? 모르는 척 살려니 눈꼴이 시린 게 어디 한 두 가지인가. 나이 들면 철이 든다 하더니 보고 들은 게 많아선가 잔소리만 늘어가니 구박도 늘어가네. 잠자리 포근하던 젊은 시절은 가고, 긴 밤, 잠 못 이루며 이 생각 저 생각에 개 꿈만 꾸다가 뜬 눈으로 뒤척이니 긴 하품만 나오고, 먹고 나면 식곤증으로 꼬박꼬박 졸다가 침까지 흘리니 누가 보았을까 깜짝 놀라 얼른 훔친다. 


구두가 불편하여 운동화를 신었는데 쿳션따라 사뿐히 걷다가 중심을 못 잡아 뒤뚱대고 엎드러지니 꼴불견이로구나. 까만 정장에 파란 넥타이가 잘 어울리더니 이제는 트렌드가 아니라나! 어색하기 짝이 없어 차라리 등산복 차림이다. 속알머리 빠진 머리는 여름에 뜨겁고 겨울에는 추워서 벙거지 뒤집어 쓰는데 손발은 봄이 오는 소리 모른 척 시리구나. 


전화 번호부에 등록한 이름은 하나 둘 지워져 가고 누군지 알 듯 모를듯한 이름은 삭제를 한다. 정기 모임 날자는 꼬박꼬박 달력에 표시하며 친구들 얼굴을 새기고, 이름도 새겨 보며 손꼽아 기다려진다. 늙는 것이 아니라 익어간다는 말은 아마도 가을 논에 풍년 들어 허리 굽혀 고개 숙인 벼 이삭을 말했는가 보다. 점점 늘어가는 것은 기침소리요, 서랍장에는 자식들이 사다 준 건강식품과 병원 약봉지뿐이다. 외출하려면 행동이 느려지고 신발신고 현관을 나가다가 다시 돌아와 안경 쓰고, 나가다 돌아와 지갑 찾고, 마스크 챙겨서 나가는데 뭔가 불안해서 멈추니 핸드폰 두고 나왔다. 이쯤 되니 혹여 치매인가 불안에 떨다가 하루 이틀 지냈더니 제 자리 오락가락, 모임에 나갔더니 너도 나도 그렇다고 하니 정상이라 치부하고 그러려니 한다. 이제 뒤 돌아보니 가버린 시절 그립고 추억으로 가득한 지나간 날들이 인생의 가치였다.

 

현실은 외면할 수 없는 문제니 80세까지 원하는 만큼 활동이나 제한된 일을 하고 80세 이후부터 진정한 자신의 삶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이 “80”이라는 벽을 넘어서야 한다. 80세는 그 이전의 나이와는 완전히 다르다. 어제까지 가능했던 일이 오늘은 안 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고, 특별한 이유 없이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들이 많아질 수도 있다. 


때로는 배우자나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고독이나 절망에 사로잡힐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 80의 벽을 잘 넘어서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20년이 기다린다는 게 일본 최고의 노인 정신의학 전문의인 “와다 히데키”씨가 한 말이다. “와다 히데키” 씨는 지난해 말 자신의 책 <80세의 벽>을 통해 80세의 벽을 넘어서는 다양한 힌트를 제시한다. 물론 그 힌트들은 단 하나의 결론으로 모인다. 불행한 노후가 아닌, 행복한 노후를 살기 위한 그 단 하나의 결론은 바로 “삶의 자세”다. 어쩌면 뻔한 결론에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노화를 받아들이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소중히 여기는 삶의 자세야 말로, 삶을 긍정에너지로 가득 채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은 맞다. 


우리가 그렇게 바라는 “행복” 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이 말은 마음먹기에 따라 불행도 행복으로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늙은 것을 한탄만 하고, 아프다는 이유로 집에만 있다면 불행이 삶을 지배할 것이다. 반대로 노화를 받아들이고 어떤 일 이던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하려 한다면 삶은 더 알차고 행복에 가까워질 것이다. 실제로 저자도 “임상 현장에서 경험한 바로 “할 수 있다” 의 자세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행복해 보였고 가족이 주변사람들과 즐겁게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바로 자신이 들고 있는 것을 내려놓으면 되는 것 입니다.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한발한발 천천히 걷고 새해에는 운동을 하십시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회원Login

회원가입
이번호 신문보기 더보기

회사소개(KOR) | 광고&상담 문의
9219 Katy Fwy #291. Houston TX 77024
TEL. 713-827-0063 | E-MAIL. houstonkyocharo@gmail.com
Copyright © The Korea World News All rights reserved.
Developed by Vanple Networks Inc.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

팝업레이어 알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