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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교육 윌리엄 새커리의 <허영의 시장>이라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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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58> 


요즈음은 좀 뜸해진 듯 하지만 불과 몇 주 전까지도 한국 미디어를 완전 장악했던 기사가 있었다. 국가 대표 여자 팬싱 선수와 자칭 재벌 3세의 스캔들. 아니, 도대체 왜 이런 종류의 지저분한 개인사가 모든 뉴스를 삼키며 연일 보도 되어야만 하는가. 북한에서  무슨 혁명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백두산 화산이 터진 것도 아닌데.  매스컴에서 그런 선정적인 개인사를 혁명이나 화산만큼의 비중으로 연거퍼 크게 다룬 점에 우선 놀랐다. 누가 변했나? 매스컴? 독자? 아님, 둘 다? … 행복을 물질적 욕망에서 찾으려다 추락하는 저 모습을 보면서 문득 새커리의 <허영의 시장 Vanity Fair>를 생각했다. 


윌리엄 새커리(William Thackeray 1811-1863)는 찰스 디킨스와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자라난 배경은 달랐다. 영국 사람이지만 아버지가 동인도 회사 관리자로 근무했기 때문에  인도에서 태어난다. 하지만 4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뜨자 어머니는 그를 영국 친척에게 보내 그곳에서 공부하게 한다. 그러나 젊었을 때는 방황한다. 


케임브리지 대학에 들어갔으나 곧 중퇴, 유럽을 다녀온 후 법학 공부를 했지만 또 때려 치운다. 화가가 되기 위해 파리로 떠났지만 그곳에서 친구를 잘못 만난 덕에 도박하다 빚더미에 앉게 된다. 그래서 문 닫기 직전의 신문사를 매수, 재기를 해 보려 했지만 이마저도 파산, 유산마저  탕진하게 된다.  결혼은 했지만 아내는 정신병원을 들락거리는 신세가 되었고. 


이같이 젊은 시절의 오랜 방황 끝에 작가가 되기로 결심, 섭정 시대를 배경으로 쓴 작품이 <허영의 시장>이다. 우선 이 제목이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헐리우드를 비롯한 전 세계 내노라 하는 유명인을 표지 모델로 선정, 최신 문화의 촉매 역할을 톡톡이 담당하고 있는 잡지 <Vanity Fair>가 있기 때문이고 잊을만하면 영화 제목이 되어 등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커리는, <천로역정>에서 천성을 향해 가는 순례자들을 유혹하기 위해 세 악마가 모여 온갖 헛된 것들을 파는 장이 서는 곳, 허영의 도시에서 따 온 제목이다. 이곳에서 파는 상품으로는 집, 땅, 지위, 귀족 신분을 나타내는 직함, 욕망, 쾌락, 생명, 보석 등 인간이 죽을 때 다 놓고 가야 할 것들이다. 아까 말한 그 스캔들에서 취급되었던 벤틀리, 명품 핸드백, 재벌 3세, 여잔지 남잔지 모를 애매한 정체성 등도 이 시장의 인기 품목이라 할 수 있겠다. 


새커리는 이 소설의 배경으로 조지 3세가 정신 분열증을 앓고 있을 때 아들이 아버지 대신 다스렸던 섭정시대를 택했다. 왜냐면 이 기간에 유럽을 휘젓고 다니던 나폴레옹과의 전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인데도 조지 4세의 못말리는 예술 집착증과 이에 부응하는   영국 상류층의 사치와 위선을 <허영의 도시>의 주인공 베키의 인생 여정을 통해 신랄하게 풍자했기 때문이다. 


줄거리는 대강 이렇다. 여자 기숙학교 졸업반에 어밀리어 세들리와 레베카 샤프가 있다.  이 둘은 상반된 가정환경에서 태어나 성격도 아주 다르다. 우선 어밀리어는 머리가 좋지는 않지만 예쁘고 착한 부유한 사업가의 외동딸. 한편 가난한 예술가의 딸로 태어난 레베카는 미모와 두뇌, 재치와 재능을 갖고 태어나지만 어려서 고아가 된다. 

그래서 모든 것을 자신이 해결해야 하는 신세가 되어 스스로를 개척하는 능력있는 강인한 여인이 된다. 절대 포기하지 않으며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는 오뚜기과에 속한 여인상. 그래서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거야’라고 외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의 모티브가 되었다나.

어밀리어의 꿈은 졸업 후 아버지 친구의 아들인 조지 오스본과 결혼하는 것 뿐이다. 베키는 행복하고 달콤한 꿈은 커녕 졸업 후 당장 머물 곳이 없기 때문에 가정교사 자리를 구한다. 이런 베키를 측은히 여긴 어밀리어는 가정교사로 떠나기 전에 사교 생활이 어떤 것인지 간보라고 자기 집에 초대하여 같이 지낸다. 부유한 환경에 현혹된 베키는 자신도 결혼을 통해 이런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 어밀리어의 오빠 조지프를 유혹하지만 쉽게 넘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크롤리 준남작 집에 가정교사로 들어가 거기에서 크롤리와 그의 부유한 누나의 환심을 산다. 그리고 돈많은 고모가 준남작의 둘째 아들 로던을 끔찍이 챙기는 것을 눈치챈 베키는 로던과 비밀리에 결혼 한다. 원래 베키의 목표는 준남작의 부인이 되는 것. 크롤리의 아내가 시름 시름 앓고 있지만 언제 갈지 모르기 때문에 로던을 택한 것이다. 앓던 아내가 죽자 크롤리는 베키에게 청혼을 하면서 베키는 이미 자신의 둘째 며느라가 된 사실을 알게 되고 이 소식을 들은 돈많은 고모는 마음에서 조카를 지워 버린다. 


한편 어밀리어는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그녀의 유일한 꿈도 허무하게 스러질 위험에 처하지만 조지의 친구 도빈의 권유로 결혼식만은 치루게 된다. 그러나 좋게 표현하자면 순진하고 착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매력없이 매앵한 처자가 재력까지 잃었으니 이런 결혼 오래 갈 리 없다.  조지는 금세 부인에게 싫증을 내고 워털루 전투에 참전, 전사한다. 불쌍한 어밀리어는 유복자를 낳아 온 정성을 다해 기르지만 시집 쪽에서 친권을 요구하자 아들의 장래를 생각해 눈물로 보내고. 


로던과 베키는 화려하게 사교계에 진출한다. 생활비는 로던이 노름해서 딴 돈과 베키가 상류층 남성들에게서 받은 명품 선물을 판 돈으로 충당한다. 그마저도 없으면 빚과 외상으로. 이런 생활의 결말은 뻔했다. 로던은 사기도박으로 감옥행. 출소해서 집에 왔더니 베키는 그새 어느 후작과 히히락락. 


로던은 떠나고 베키는 유럽 각지를 방랑하면서 가는 곳마다 추파를 던지며 상류사회를 비집고 들어가려 하지만 추악한 소문의 꼬리표가 걸림돌이 된다. 후에 베키는 어밀리어의 오빠인 조지프를 다시 만나 동거하지만 조지프는, 보험금을 노린 베키에 의해 살해됐다는 의심을 남기며 죽는다. 한편 어밀리어는 죽은 남편의 친구이자 자신을 오랫동안 연모하던 도빈의 구혼을 받아들이고. 이 소설은 이런 문구로 마무리된다. <허무한 허영이여, 이 세상에서 행복한 이는 과연 누구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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