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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교육 오늘 나와 함께 피흘리는 자는 모두 나의 형제라는 헨리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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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20>

셰익스피어의 <헨리IV> 2부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요크 대주교의 반역을 헨리5세의 동생인 랑카스터의 존이 회유, 대주교의 군대를 해산시킨다. 반란을 진압했음에도 불구하고 병든 헨리4세는 이제 자신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후계자가 될 해리 황태자를 부른다. 헨리5세는 황태자 시절에 <해리>로, 거리의 친구들 간에는 <할>로 불렸다.

오 주여, 우리가 운명의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시간의 변화가 산맥을 평지로 만들고 딱딱함이 지겨운 메마른 땅이 바닷속으로 녹아드는 것을 볼 수 있다면, … 가장 행복한 청년도 지나간 위기와 닥쳐올 고통을 조망하면서 책을 덮고 스스로 죽기를 원할 것이다. 불과 10년 전에 리처드2세에게 등돌리고 자신을 옹립했던 중신들이 이제는 자신에게 등을 돌리는 민심의 변화를 한탄하면서 황태자의 앞날을 염려하다 깜박 잠이 든다.

이 때 부름 받고 등장한 해리 황태자. 아버지가 벗어 놓은 왕관을 보고 ‘잠자리 친구로는 아주 성가신 이 불안거리, 황금으로 만든 근심거리’라고 읊조리며 아버지의 용안을 살핀다. 폐하 숨 쉬는 대문 곁에 놓인 솜털, 그 가볍디 가벼운 잔털이 움직이질 않는구나. 자애로운 나의 아버님 폐하, 정말 깊은 잠, 그 많은 잉글랜드의 왕들을 황금의 반지와 이혼시키던 그 깊은 잠에 드셨구나. 폐하께서 제게 받으실 것은 혈연의 눈물과 무거운 슬픔, 제게 주실 것은 이 위엄의 왕관. 그러면서 그 왕관을 자기 머리에 덥썩 얹고 나간다. 이 때 잠에서 깨어난 아버지. ‘얘야, 그 왕관은 아직 네 것이 아니다. 뭐, 본디 내 것도 아니었지만.’

셰익스피어의 <헨리V>는 Hal 황태자가 왕관을 쓰고 난 후의 활약상을 주제로 삼았다. 이 이야기를 근거로 Netflix에서는 을 만들었고. 그래서 오늘 칼럼은 이 둘을 섞어 썼다. 각 나라에서 새 국왕을 축하해서 보낸 선물들이 쌓여있다. 프랑스에서도 보물상자를 보내왔다. 왕자 도팽이 보낸 것이다. 그런데 정작 열어보니 꼴랑 테니스 공 하나뿐. 질펀하게 퍼져 놀기만 하던 철부지가 왕이 된 것을 조롱한 것. 이에 헨리는 “라켓이 준비되는 대로 프랑스라는 코트에서 테니스공을 되받아 치겠다”고 응수한다. 틴에이저 때부터 전장을 누비며 온갖 참상을 직접 보아버린 그였기에 왕위에 오른 후엔 되도록이면 전쟁을 자제하는 평화주의자였지만……

그래서 헨리5세는 우선 캔터베리 대주교에게 잉글랜드의 왕이 프랑스 왕관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찾으라고 한다. 이에 캔터베리 대주교는 약 1천년전에 살리카에서 적용된, 여자의 왕위 계승을 금지하는 법이 지금의 프랑스 땅에서는 적용될 수 없음을 장황하게 설명한 후 헨리5세가 프랑스의 왕관을 쓸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헨리는 캔터베리 대주교를 비롯하여 많은 귀족들에게서 군자금을 빌리고 여기저기 빚을 져 가면서 출정 준비를 한다. 이렇게 준비된 라켓을 들고 프랑스라는 테니스 코트로 떠난 것. 그러나 막상 칼레 부근의 아쟁쿠르(Agincourt)에 도착해 보니 준비해 온 라켓이 너무 작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겨우 8천 5백명을 데리고 왔는데 막상 맞딱뜨려보니 갑옷입고 기다리는 프랑스군은 족히 2만명이 넘어 보인다.

잠시 퇴각을 고려해 보지만 일단 사령관의 작전을 들어보기로 한다. 그 작전 사령관은 황태자 시절에 어울려 다니던 불량 기사 John Fallstaff. 셰익스피어는 왕이 된 후에도 계속 엉겨붙는 Fallstaff에게 평생 먹고 살 것을 쥐어주며 멀리 쫓아버리는데 Netflix는 그를 최고 사령관으로 둔갑시켰다.

암튼, 그는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하며 작전을 말한다. 오늘 밤에 비가 올테니 내일 전장은 진흙탕이 된다. 우리 쪽에서 갑옷 입은 소수의 병사를 미끼로 내보내 유도하면 선두에 정열하고 있는 기마병들이 몰려올 것이다. 그들은 말에서 떨어지고 갑옷의 무게에 눌려 진창에서 허우적거릴 때 우리는 갑옷 벗은 가벼운 몸으로 나가 싸우면 이길 것이다. 참모들은 비웃었지만 헨리5세는 그 작전을 따르기로 한다. 단 밤새 비가 내린다면.

이튿날 새벽부터 비가 내렸다. 그런데 갑옷을 챙겨 입는Fallstaff를 보고 왕은 의아해 한다. – 우린 갑옷 벗고 싸운다 하지 않았소? – 전방에서 유인해야 하니까요. – 경은 안 되오. – 제 아이디어였습니다. – 그럼 나도 나가겠소. – 그럴 순 없습니다. 그리고 나선 왕과 신하가 아닌 옛 친구로 돌아간다. -꼭 이겨야 하네, Hal, 그래야 우리 또 한잔 할 수 있지 않겠나.

그렇게 스스로 미끼가 된 옛 친구는 진흙탕에 뒹굴다 장렬히 전사한다. 비록 가상인물이지만 극중 재미를 위해 없어서는 안될 John Fallstaff. 셰익스피어보다는 넷플릭스가 훨씬 더 멋진 최후를 안겨준다.

이제 보병들이 나설 차례. 이들과 함께 어울려 출전하는 헨리 5세는 앞장서서 병사들을 향해 외친다. 에서는 잉글랜드의 왕관 아래 하나된 왕국을 보여라. … 틈새를 좁혀 한 덩어리 잉글랜드를 만들어라. 그러나 <헨리5세>는 St. Crispin’s Day 연설을 한다.

우리는 소수, 행복한 작은 무리, 우리는 모두 형제다 / 오늘 나와 함께 피 흘리는 자는 모두 내 형제가 될 것이다 / 아무리 천한 신분일지라도 오늘부터 고결해지리니 / 지금 침대에서 뒹굴 귀족들은 이 자리에 없음을 한탄하겠지 / 그리고 성 크리스핀의 날 우리와 함께 싸웠던 이들의 말을 들을 때마다 부끄러워지겠지./ … 아, 과연 셰익스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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