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만나 573통의 연서로 맺어진 브라우닝 부부 > 컬럼

본문 바로가기
미주지역 바로가기 : Calgary/EdmontonChicagoDallasDenverHouston,    TorontoVancouverHawaiiLANYSeattle

컬럼

문화·교육 시로 만나 573통의 연서로 맺어진 브라우닝 부부

페이지 정보

본문

<영국 55>


<Save apart time to laugh 웃을 시간을 따로 떼어 두셔요/ It’s the music of your soul 웃음은 영혼의 음악이기 때문이지요/ Save apart time to love 사랑할 시간을 따로 떼어 두셔요/ For your life is too short 인생이 너무 짧기 때문이지요>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하면 테니슨 (Lord, Alfred Tennyson 1809-1892)과 로버트 브라우닝(Robert Browning 1812-1889)을 꼽는다. 그런데 그들이 작품 활동을 하던 때에는 ‘웃을 시간과 사랑할 시간을 따로 떼어두라’는 엘리자벳 베릿 브라우닝(Elizabeth Barrett Browning 1806-1861)이 더 유명했다. 아니, 적어도 로버트와 결혼하기 전까지는. 


엘리자벳 베릿은 타고난 천재다. 시는 네살 때부터 쓰기 시작했고 여섯살이 되자 서양 고대사와 영국사는 물론 밀톤과 셰익스피어까지 탐독했고 여덟살 때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그리스 원어로 읽을 수 있었고 열살 때부터 히브리어를 배워 구약 성경을 원전으로 읽을 수 있었다고. 열네살이 되면서 <마라톤의 전쟁>을 썼는데 그녀의 아버지는 생일 선물로 이 서사시를 4권으로 출판했다.  스무살이 되자 <다른 시가 곁들인 마음 에세이>를 출간한 후 문인들과 교류하면서 여류시인으로서의 명성을 키우게 된다. 


그녀가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을 때 한 무명의 시인 지망생으로부터 진심이 담긴 팬레터를 받는다. 당신의 시는 나에게 진정한 감사를 주는 즐거움이자 만족이다. 이는 으레껏 그냥 하는 상투적인 칭찬이 아니다…  당신에게 영원히 충실한 로버트 브라우닝.  이에 대한 엘리자벳의 답신은 <I thank you, dear Mr. Browning, from the bottom of my heart.> 


내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감사를 보낸다는 유명 여류 시인이 보낸 답신에 용기를 얻은 로버트는 이 때부터 편지의 성격을 펜레터에서 연서로 바꾼다. 이렇게 시로 시작된 이 둘의 만남은 20개월 동안 무려 573통의 연서를 주고 받은 뒤에 이뤄진다.     


막상 만나고보니 엘리자벳이 6년 연상이다. 게다가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아버지가 비혼주의자여서 아이들의 결혼을 무조건 막았고 엘리자벳 자신도 지병 때문에 나이 40이 되도록 미혼이었다. 그래서 만나기는 하지만 로버트의 청혼은 거절하기를 수차례. 하지만 로버트는 포기하지 않고 <Life in a Love사랑에 살다>를  읇조리며 계속 들이댄다. 


나로부터 도망치겠다구 / 절대 안 되지 / 사랑하는 이여! / 내가 나이고, 당신이 당신인 한 / 사랑하는 나와 싫어하는 당신 / 우리 둘이 이 세상에 있는 한 / 하나가 도망가면 또 하나는 쫓게 마련이니 / 허나 여기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어떠하리 / 그건 그냥 긴장을 늦추지 말라는 뜻 / 넘어져도 눈물 닦고 허허 웃고 / 좌절해도 일어나 다시 시작한다 / 그래서 사랑을 쫓아다니다가 삶을 마친다. 그뿐이다 /


엘리자벳은 아버지 몰래 91번의 만남 끝에, 상속을 포기한 채, 로버트와 결혼하고 신혼여행지 파리에서 이탈리아로 직행, 그곳에 정착한다. 사랑의 도피라는 연예가 특종을 터뜨린면서 로버트는 엘리자벳의 남편으로 유명해지더니 점차 시인으로서의 명성을 얻게되고 반면에 엘리자벳은 결혼과 더불어 사회 복지, 특히 아동 노동 문제에 관심을 보이며 그쪽 방면으로 활동하게 된다.      


연애기간 동안 엘리자벳이 로버트를 생각하면서 쓴 시 44편을 엮어 출판했다. 사적인 밀당을 감추기 위해 <Sonnets from the Portuguese포르투갈인이 보낸 소넷>이란 제목으로. 이 중의 43번은 결혼식순의 단골 메뉴.     


<내가 그대를 어떻게 사랑하냐고요? 그 방법들을 헤아려 봅니다. / 보이지 않는 존재와 완벽한 은혜의 끝에 도달할 때, / 내 영혼이 닿을 수 있는 깊이와 넓이와 높이까지 그대를 사랑합니다. / 햇빝 속에서나 촛불 속에서나, / … / 그리고 만일 하나님이 택하신다면, / 나는 죽은 후에도 그대를 더 많이 사랑할 것입니다. /


15년의 결혼 생활을 끝내고 아내가 죽자 로버트는 재혼도 바람도 하고 피지 않은 채 28년을 혼자 살다 생애 마지막 시집 <Asolando>를 1889년에 출판한다. 이 시집에서 <Summum Bonum 최상의 아름다움> 시로 그의 지고지순한 사랑에 마침표를 찍고 그해 조용히 세상을 하직한다. 


< All the breath and the bloom of the year in the bag of one bee: 한 해 동안의 모든 향기와 꽃은 벌의 주머니 속에 있고:  / All the wonder and wealth of the mine in the heart of one gem: 광산의 황홀함과 부는 보석의 가슴 속에 있다: / In the core of one pearl all the shade and the shine of the sea: / 진주 속에 바다의 그늘과 광채가 있듯이: / Breath and bloom, shade and shine, - wonder, wealth, and - how far above them - / 향기와 꽃, 그늘과 빛, - 황홀함과 부, 그리고 - 그보다 더 귀한 - / Truth, that's brighter than gem, 진실, 보석보다 더 빛나는, / Trust, that's purer than pearl, - 신의, 진주보다 더 맑은. - / Brightest truth, purest trust in the universe -- all were for me  나에게 - 우주에서 가장 찬란한 진실, 가장 순결한 신의는 / In the kiss of one girl. 한 소녀의 입맞춤 속에 /


39670de3455dff55f97ceec07fba1a6a_1697144665_7303.jpg
김예자  

전 경향신문 기자 

전 휴스턴 문화원장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회원Login

회원가입
이번호 신문보기 더보기

회사소개(KOR) | 광고&상담 문의
9219 Katy Fwy #291. Houston TX 77024
TEL. 713-827-0063 | E-MAIL. houstonkyocharo@gmail.com
Copyright © The Korea World News All rights reserved.
Developed by Vanple Networks Inc.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

팝업레이어 알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