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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교육 부왕의 업적을 통째로 말아먹은 에드워드 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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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14>

오래 전에 Brave Heart라는 영화가 있었다. 잉글랜드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려는 스코틀랜드의 눈물겨운 독립 투쟁을 그린 영화. 멜 깁슨이 얼굴에 스코틀랜드 국기를 그리고 독립투사 윌리엄 윌리스로 분장한다. 윌리스는 스털링 전투에서 잉글랜드를 물리치고 스코틀랜드의 또 다른 지도자로 후에 왕이 되는 로버트 브루스와 함께 잉글랜드의 요크 요새까지 진격하기도.

이미 늙은 잉글랜드의 에드워드 1세. 전쟁보다는 미인계를 써서, 아니면 귀족들을 뇌물로 포섭해서 협상으로 마무리하려 한다. 미인계의 떡밥은 황태자비 이사벨라, 황홀하게 아름다운 소피 마르소가 맡았는데 후에 적장인 윌리스를 마음에 품게 된다. 뭐, 영화니까. 마침 스코틀랜드의 왕좌가 비어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귀족들은 저마다 그 자리에 앉고 싶어 에드워드 1세에게 무릎을 꿇고 충성을 맹세하며 착착 넘어오고.

그 중의 하나가 리처드 부르스. 그는 스코틀랜드를 사랑하는 애국자지만 친잉글랜드 성향인 아버지의 설득에 마지못해 무릎을 꿇었다. 그같은 사정을 잘 아는 윌리스는 로버트를 만나기 위해 나갔다가 로버트의 아버지가 보낸 자들에게 잡혀서 런던으로 끌려가게 된다.

런던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윌리스. 형이 집행되기 직전, 네가 만일 지금이라도 잉글랜드의 자비를 구한다면 고통없이 보낼 것이고 끝까지 반항한다면 능지처참을 당할 것이라는, 선택의 여지를 준다. 이에 대한 윌리스의 대답은 유언처럼 외친 외마디 <자유>였다. ‘우리의 싸움은 영광이나 부, 또는 명예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오직 자유를 위한 것이다’라는 아브로스 선언문 (Declaration of Arbroath)에서 인용된 듯.

의회를 존중하면서도 왕권도 강화시키고 스코틀랜드를 속국으로 만든 에드워드 1세가 1307년에 죽자 그의 넷째 아들 에드워드 2세가 등극한다. 서열을 제칠만큼 뛰어나서가 아니라 형들이 채 열살도 되기 전에 모두 요절했기 때문이다. 기골이 장대한 아버지를 닮아 허우대는 멀쩡한데 늦둥이로 태어나서인지 그 인기없던 존왕과 암군 1호의 자리를 다툴 만큼 그의 정치 능력은 여~엉, 아니올시다 였다. 아버지가 힘들게 일으켜 세운 업적을 통째로 말아먹고 끝내는 대군을 가지고도 스코틀랜드에게 참패, 왕위에서 쫓겨나 옥중에서 타살된다.

그렇다고 그가 나약한 찌질이는 아니다. 큰 키를 자랑하는 건장한 체구에 잘 생긴 미남형이다. 단 군왕의 기질을 갖고 태어나지 못했을 뿐이지. 승마를 좋아해서 마상창시합도 즐겼고 계급을 초월하여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특히 시와 연극을 좋아해서 음유시인들과도 잘 어울렸다. 이러한 성격 탓인지 야사에서는 그는 동성연애자로 낙인 찍힌다.

그가 왕위에 오르자 어려서부터 단짝 친구였던 피에르 가베스턴을 기용, 콘웰 백작으로 임명했다. 그가 현명한 신하였다면 상황은 달라졌겠지만 불행히도 그는 그의 능력을 자신의 권력욕을 채우는데 쓴 간신이었다. 왕의 총애를 믿고 오만방자하여 귀족들의 불만을 부추겼다. 그리고 야사에서는 그를 왕의 동성애 파트너로 규정한다. 영화 브레이브 하트에서는 화가 난 아버지가 가베스턴을 창문 밖으로 던져버리는 장면으로 연출되었고. 세익스피어와 동시대 극작가인 크리스토퍼 말로우는 그의 작품 <에드워드 2세>에서 에드워드와 가베스턴을 흥미를 자극하는 주제로 삼았다.

그간 에드워드 1세의 기세에 눌려 불만을 표출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삭히던 귀족들. 그가 죽자 이 때다 싶어 의회와 손을 잡고 들고 일어나 가베스턴을 추방해 버린다. 의회는 내침김에 한발자국 더 나아가 왕의 인사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서슴없이 자행했고 왕의 부름으로 다시 잉글랜드로 돌아온 가베스턴을 국왕의 결재나 재판도 없이 참수형에 처해버린다.

영화 브레이브 하트는 스코틀랜드의 리처드가 잉글랜드의 인정은 받지 못한 채 왕위에 올라 리처드 1세가 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런데 그 다음 세대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또 있다. <아웃로 왕 Outlaw King>이라고, 스코틀랜드의 왕이 된 리처드 1세가 세력을 키워 잉글랜드의 에드워드 2세를 골탕먹이는 내용을 담은 영화다. 감독도 르고 주연 배우들도 다른데 두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절묘하게 연결되는 영화들이다. 아직 잉글랜드가 인정하지 않은 왕이기 때문에 무법자(outlaw)라는 제목이 붙여진 이 영화는 브리이브 하트보다 훨씬 역사적 고증에 충실한 내용으로 스코틀랜드의 승리를 그리고 있다.

윌리스가 죽은 후 그를 따르던 자들을 규합, 세력을 키운 로버트 1세가 잉글랜드의 에드워드 2세와 베넉번에서 전면전을 벌인다. 이 때 잉글랜드의 병력은 1만 3천명으로 기사들로 이뤄진 기병 2천명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보병과 장궁병이었다. 이에 비해 스코틀랜드의 병력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6천명. 그 중에서 기병은 500명에 불과했기 때문에 공격보다는 방어 내지 현상 유지에 목적을 둔 전투였다.

방어를 위한 스코틀랜드의 전술은 쉴트론. 보병들이 약 12피트나 되는 긴 창을 갖고 밀집해서 정열하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고슴도치같은 형상으로 철통 방위를 하는 것. 그리고 지형을 이용, 기병을 이용한 빠른 돌파라는 적의 전략을 무력화시켰다.

이 와중에 잉글랜드의 선발대 지휘관인 험프리 드 보헌의 어린 조카 헨리는 전장의 혼란 속에서 적장 리처드 1세를 발견한다. 그는 치기어린 공명심에 앞뒤 생각해 보지도 않고 단신으로 돌격, 창을 던졌다. 노련한 리처드 1세는 창을 피하며 다가와 도끼를 휘둘러 그 자리에서 목을 베어버린다. 이것을 본 스코틀랜드의 군사들은 사기 충천, 전승하여 독립을 다지고 에드워드 2세는 자신의 무능만 입증한 채 겨우 목숨만 부지하고 귀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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