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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교육 드레퓌스의 무죄와 빠삐용의 탈출을 지켜본 기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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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 아메리카 21>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중남미를 포함한 라틴 아메라카는 콜럼버스에 의해 발견된 후 경제적으로 뜯기고 인종 간에 피가 섞이기를 300년. 

그렇다가 1804년 흑인 노예들이 프랑스의 지배에서 벗어나 아이티 공화국을 수립한 것을 필두로 한나라 씩 독립, 지금은 30여개국에 이른다. 그런데 아직도 독립을 하지 않은 국가가 있다. 아니, 독립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나라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겠다. 수리남과 브라질 사이에 낀 프랑스령 기아나이다.



왜 독립을 원하지 않는가? 독립이 밥 먹여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리라. 가만히 있어도 프랑스 정부가 먹고 살만큼 지원해 주니 구태여 홀로 서겠다고 난리칠 일은 아닌듯. 아, 물론 그곳에도 자주독립을 외치는 집단은 있다. 하지만 이들이 대중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문제는 또 있다. 국토의 98.9% 이상이 숲으로 덮여있는데 이 숲의 상당 부분이 원시 열대 우림이고 거기에 커다란 아마존 공원이 있다. 그나마 사람이 살만한 곳은 해안 지대뿐. 그래서 프랑스령 기아나의 인구는 약 30만 명 미만. 그런데도 프랑스가 돈을 퍼주며 이곳을 장악하고 있는데에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리라.


위성을 쏘아 올릴 때 지구 자전의 힘을 이용하면 그만큼 에너지가 세이브된다. 그 힘이 가장 강한 곳이 적도. 그리고 자전 방향으로 쏘아 올려야 하는데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서 동쪽으로 도시가 아닌 바다가 있어야 한다. 

적도 선상에 있으면서 북동쪽으로 망망대해 대서양을 끼고 있는 기아나의 쿠루(Kourou)는 이 두 조건을 100% 만족시키는 최적의 장소. 그래서 일찌기 프랑스는 여기에 세계에서 가장 큰 상업 우주센터를 짓고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지난 25년 동안 나사에서 100억 달러를 들여 개발한 역사상 최대 크기의 우주망원경 <제임스 웹>도 이곳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발사되었다. 

1990년에 발사된 <허블>보다 100배의 성능을 가졌기 때문에 적외선 영역의 빛을 감지, 135억년 전 우주 탄생의 모습까지 포착할 것을 기대하며 보냈다고. 조만간 우주의 비밀이 벗겨지려나?


이 우주센터에서 북쪽으로 약 15km 떨어진 살루제도에는 세 개의 섬이 있다. 그 중 최북단에 있는 섬이 <악마 섬>이다. 이 섬을1852년부터 형무소로 사용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 형무소가 폐쇄되기까지 100년 동안 약 6만명의 죄수들이 수용되었고 그 중 살아서 나간 죄수는 약 2천명에 불과 했을 정도로 악명 높은 곳이다. 이 2천 명 중에 두 명은 우리가 잘 아는 사람이다. 

1894년에 들어왔다가 5년만에 풀려난 알프레드 드레퓌스라는 유태계 프랑스 장교와 1933년에 들어와 12년만에 탈출한 빠삐용.


Alfred Dreyfus는 어처구니없는 증거로 간첩이라는 누명을 쓰고 악마섬에 투옥된다. 그 어처구니 없는 증거라는 것이 유출된 문건의 암호 ‘D’가 Dreyfus를 의미한다는 것, 문건의 필적이 일치하고, 일치하지 않은 부분은 자신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다르게 썼다는 등 누가 봐도 억지 frame을 만들어 씌운 것임을 알 수 있다.


억울하게 투옥 된지 15개월만에 정보국에서 일하던 피카르 중령은 진범을 밝혀내고 상관에게 알리고 재심을 요청했다. 그래서 재판은 열렸지만 진범은 무죄로 풀려났고 오히려 그를 고발했던 피카르 중령은 좌천되었다가 군시기밀 누설죄로 잡혀간다.



이에 프랑스의 대문호 에밀 졸라가 나섰다. <대통령에게 드리는 편지>를 써서 주요 신문사를 찾아 다녔으나 모두 거절당했고 겨우 승낙을 받은 신문이L’Aurore (여명)라는 문학 신문. 근거없이 드레퓌스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첫 군사법정과 증거가 확실한데도 스파이 에스테라지를 석방시킨 두 번째 군사법정을 고발하면서 재심을 요구한 내용이다. 

이 원고를 받아 든 편집장 조르주 클레망소는 <나는 고발한다>라는 더 자극적인 제목을 붙여1981년 1월 13일자 지면에 대서특필했다. 드레퓌스는 사면되어 악마섬에서 나왔지만 그의 무죄는 1906년이 되어서야 선포되었다.


빠삐용. 프랑스 어로 나비라는 뜻으로 가슴에 문신으로 새긴 주인공의 별명이다. 영화 <빠삐용>은 탈옥에 성공한 앙리 사리에르의 실화다. 당시 26세였던 그는 한 살인사건에 연루돼 11년 중노동형을 받고 악마섬으로 보내진다. 이 감옥에서는 재소자를 직접 죽이지는 않지만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다. 스스로 알아서 죽는 것이 고통을 면하는 최선책.


그래서 빠삐용은 탈출을 결심한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다 드디어 원주민 마을에서 지내게 된 것, 나비 문신을 그려 준 댓가로 받은 진주, 진주만 챙기고 그를 밀고한 수녀, 다시 붙잡혀 독방에 감금되는 등, 영화 장면들이 실제로 앙리가 겪었던 일이다.


탈옥의 빈도와 형벌의 무게는 정비례했다. 허나 포기하지 않고 11년 동안 무려 8번의 탈출 시도. 마침내 1941년 탈출에 성공한다. 영화에서 처럼 실제로 코코넛 열매 자루로 만든 뗏목을 타고.


영화는 여기서 끝난다. 그러나 실제 주인공 앙리는 악마섬에서 탈출한 유명 인사가 되어 베네주엘라에서 살다가 공소시효가 끝나는 1967년에 프랑스로 돌아갔다. 

자기 진술보다는 거짓 증언을 믿고 자신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검사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그러나 막상 고국 땅을 밟으니 생각이 바뀌었다. 

그래서 칼 대신 붓을 들었다. 그간 겪은 일을 그대로 써서 출판했더니 1969년 그 해의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그 이듬해에는 자신이 직접 각본을 쓰고 출연했다. 그런데 어쩌나, 정작 우리가 열광하는 빠삐용은 스티브 맥퀸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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