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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교육 김예자 칼럼- 잠자는 사자를 이빨빠진 호랑이로 변모 시킨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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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49> 


각종 풍부한 자원이 깊숙히 묻힌 프르고 드넓은 산천에 어림잡아 3억은 족히 넘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인구를 가진 청나라. 구태여 다른 나라와 물건을 사고 파는 무역같은 구차한 짓을 할 필요가 없었다. 워낙 자원이 풍부해서 자급자족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기도 했지만 부족하거나 탐나는 귀한 물건이 있으면 저 발치에 붙은 작은 나라, 조선에게서 빼앗아 오면 되니까. 이미 17세기부터 두 번의 침략으로 군신관계를 맺고 철따라 절기따라 꼬박꼬박 조공이 바쳐졌다.


위화도에서 회군한 이성계가 1392년에 이씨 왕조를 세운다. 이 때  나라 이름을 회령과 조선, 둘 중에 하나를 점지해 달라며 명에게 조아린다. 그 후 조선에서는 왕이 바뀔 때마다 중국의 승인이 필요했고. 이는1895년 시모노세끼 조약으로 중국의 굴레가 벗겨질 때까지 무려 503년 간 이어진다. 그래서 시진핑이 트럼프에게 ‘한반도는 중국의 일부였다’ 라는 망언을 아무러지도 않게 할 수 있었던 게야.  


그뿐인가, 결혼 적령기의 우리나라 처녀들이 강제로 끌려간 능욕의 역사는 또 어떻고.  병자호란 끝에 끌려가 노예로 팔린 조선인이 무려 60만에 이른다. 아, 또 있다. 북한이 남침했을 때 인천상륙작전으로 압록강까지 밀고 올라갔다.  그렇게 다 된 밥에 재를 뿌린 것이 중국이다. 갑자기 중공군이 떼지어 밀고 내려오는 인해전술 때문에 38선이 그어지는 분단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 아픔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일본제국주의의 조선 침략은 36년이다. 이미 지나간 과거이지만 방금 넘긴 20세기에 일어났던 일이기에 그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아 괴롭지만 중국의 만행은 이 보다 더 길고 끈질겼다. 중국이 영국에게 아편으로 당한 이야기를 하려다가 문득 우리 조상이 중국에게 당한 일이 생각나 그만 분통을 터져 방향 잃은 서론이 이리 길어졌는데 말하고 싶은 요지는 이렇다. 서양에서는 중국을 잠든 사자로 인식했었다. 그런데 잠 깨기 전에 그 사자에게  아편을 주사하고 보니 그건 사자가 아니라 이빨빠진 무기력한 호랑이에 불과하더라는 이야기.     

       

산업혁명을 계기로 강대국이 된 영국이 본격적으로 노린 것은 청나라 진출이었다. 그래서 조지 3세는 1792년 9월에 매카트니를 단장으로하는 90명의 사절단을 파견한다. 여기에는 메카트니의 부관인 George Staunton의 12살짜리 아들 토마스도 포함된다. 토마스는 이미 영어 프랑스어 라틴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했고 항해 중에 익힌 중국어 역시 완벽하게 구사하게 된 천재 소년이다. 이 여행을 계기로 그는 영국 제일의 중국통으로 활약하게 되고 그가 60세에 뿜어낸 열변으로 아편전쟁의 포문이 열렸다. 

   

이들이 베이징에 도착한 것은 이듬해 8월. 꼬박 1년이 걸린 긴 여정이었다. 그러나 황제는 만리장성 너머 열하에서 피서 중. 그래서 또 한달 걸려 열하에 도착, 건륭제를 알현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건륭제는 1년 걸리는 먼 길을 찾아온  메카트니 일행에게 청국식 인사법인 삼궤구고를 고집했다. 두 무릎을 완전히 꿇고 세번 머리를 바닥에 박고 절하기를 3셋트하는 굴욕적인 인사법 (kowtow). 제아무리 해가 지지않는 대영제국이라 해도 건륭제에게는 일개 서양 오랑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두 대국의 자존심을 건 기싸움 끝에 메카트니는 한쪽 무릎만 접고 허리를 숙이는 것으로 절충을 보고 건륭제의 팔순잔칫날인 9월 14일에 알현한다. 90명의 사절단 중에 메카트니와 부관인 조지, 그의 아들 토마스, 그리고 통역을 맡은 중국인 신부 등 4명만이 천막 안에 들어가 직접  황제를 만날 수 있었다.  


새벽부터 세계에서 온 사신들로 붐볐다. 메카트니 역시 새벽 3시에 도착했다. 짜증나는 3시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나타난 황제를 본 순간을 그는 이렇게 기록했다. <어려서 교회에서 난 솔로몬 연극을 구경한 적이 있다. 그 연극은 어린 내 마음에 깊은 인상을 심어 놓았다. 그 후부터 지금까지, 그 때 본 그 솔로몬은 인간으로서 이룰 수 있는 위대함의 극치로 기억되었다. 그런데 지금, 난 그 솔로몬의 위대함의 극치를 눈 앞에서 보고 있다….>      


메카트니는 황제에게 조지 3세의 친서와 함께 정교한 손목시계를 바쳤고 황제는 옥 지팡이를 하사했다. 통역이 토마스를 가리키며 어린 소년이 중국말을 할 줄 안다고 하자 황제는 자신의 허리띠에서 노란색 비단 주머니를 풀어 건네며 한마디 하라고 하자 소년은 선물에 대한 깊은 감사의 뜻을 유창한 중국어로 전해 황제의 마음을 샀다고. 


조지 3세가 보낸 친서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두 나라 간의 무역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북경에 영국 대사 상주를 허락하면서 영국 상인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주산섬 양도해 줄것. 그리고 광저우의 관세인하를 요구하면서 ‘그대의 좋은 형제이자 친구로 부터’로 마무리 짓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에 대한 건륭제의 답신은 스스로 매를 버는 내용이다. <청의 위대한 덕은 하늘 아래 모든 나라를 꿰뚫고 있으며 모든 나라의 왕들이 육지와 바다를 통해 우리에게 그들의 귀한 공물을 바친다. 너희 대사가 보았듯이 우리는 모든 것을 가진 풍족한 나라다…>      


그러나 청의 현실은 그 답신 처럼 더 이상 풍족한 나라가 아니다. 차와 도자기, 비단, 향신료 등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은이 아편으로 탕진되자 은값이 배로 뛰며 은본위제를 위협한다. 1796년에 아편은 수입 금지 품목으로 지정되자 이제부터는 아편 거래에 직업 갱단이 개입되어 걷잡을 수 없이 확산, 청의 마지막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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